노래 기반

Open The Door

어서 와 2024. 7. 27. 16:49

https://youtu.be/acdxrueuYys?si=7o9IM5yDpWJL2kli (원곡)

https://youtu.be/cP_kApLJVVg?si=vFKRE697PzOnzG3a (번역본)



“안녕, 좋은 오후예요.”
“네.”
“인간이라 정말 좋네요. 아, 확실한 인간이요.”
“….”
“문 좀 열어주시면 참 감사할 텐데.”
“신분증이랑 증명서 주세요.”
“외출자 명단에 보면 있을 텐데요. 굳이 시간 잡아먹지 말고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저 바빠요.”
 
그냥 얌전히 신분증 주면 시간 잡아먹지 않고 바로 들여보내 줄 것을, 왜 이리 싫어하는 건지. 그 반응이 딱, 담배 사려다 민증 검사에 막힌 미자의 반응이랑 똑같다는 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네, 안 돼요. 신분증이랑 출입 증명서 주세요.”
“아, 알았어요. 융통성이 없으시네.”
 
작은 창으로 넘어온 신분증과 출입 증명서, 오늘 자 목록과 플라스틱 창을 번갈아 보던 이가 고개를 저었다.
 
“출입 안 됩니다.”
“네? 왜죠?”
“인간이 아니시니까요.”
“허,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요?”
“눈 깜빡여 보세요.”
“네?”
“눈, 깜빡여 보세요.”
“그래요.”
 
얌전히 눈을 깜빡이는 남성을 본 이가 그거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눈 하나 가짜 눈이고. 목소리도 다르시고. 안경도 안 끼셨네요. 안경 자국도 안 남아있으시고. 더 말해 볼까요?”
“아니, 아니. 가짜 눈이라니, 그거 오해예요. 안경은, 그래요. 안경을 잘못 밟았어요, 그래서 새로 맞추려고 안경원 갔다 오는 길이에요. 자국이라니, 제가 안경을 끼면 얼마나 낀다고 그런 자국이 남겠어요? 목소리는,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그래요.”
 
남성의 반박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쓰고 있는 가면 탓에 눈을 문지를 수도 없어, 그냥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래요? 그럼, 질문 몇 개 더할 테니 대답해 주세요. 다 대답하시면 들여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 좋아요. 해 보세요.”
 
자신만만하게 질문에 대답하던 것도 잠시,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남성이 참지 못하고 얇은 플라스틱 창을 쾅! 내려쳤다.
 
“질문을 너무 많이 하시네요. 제가 옷을 이렇게 입어서 그런 건가요?”
“예, 옷도 평소 입으시던 스타일이랑 다르시긴 하네요.”
“아니면 제 눈의 수가 문제인가요?”
“뭐, 가짜 눈까지 포함한다 치면 눈 개수에는 문제가 없긴 합니다만.”
“그래요, 이상해 보일 줄 알았어요. 새 단장 하고 찾아올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데도 남성은 목까지 젖혀가며 크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난 좆 같은데.
 
“아니요, 새 단장에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아요. 그저.”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남성의 손이 플라스틱 창을 무시하고 가면으로 다가왔다. 그 목소리도, 한층 더 기괴해져 있었다.
 
“다른 얼굴을 쎄벼서 갈아끼면 되는 문제니까.”
“아, 네. 근데 쎄빌 수 있을 것 같나요? 있다면 뭐, 인정해 드리죠.”
“뭣? 잠시, 언제!”
 
빠르게 내려간 철창 너머로 총성이 울렸다. 감흥 없이 건네받았던 가짜 신분증과 출입 증명서를 옆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화로에 던져 버리고 책상을 정리하고 있자, 철창이 올라갔다.
 
“정화 작업이 끝났어. 업무를 계속 해.”
 
노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언제나 똑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다. 그렇잖은가. 내 손으로 도플갱어들을 걸러내고, 그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데. 뭐가 불만스럽겠어.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여기, 신분증이랑 출입 증명서요.”
 
잠시 멍때리고 있는 사이 도착한 주민이 건네는 신분증과 출입 증명서를 보고, 가면 아래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유병재 씨?”
“네.”
“외출자 명단에 없으신데.”
“네? 그럴 리가요, 오류 같아요. 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요, 그럴 수 있죠. 미용실 갔다 오셨나 봐요. 금발 잘 어울리시네.”
“네, 뿌리가 정말 지겹도록 자란다니까요.”
“굳이 미용실 갈 필요가 있나요?”
“네?”
 
전화기를 빼든 이가 번호를 돌리며 씩 웃었다.
 
“그저 우리 족속을 흉내 내면 되잖아요.”
 
가면 너머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 그 말에 잠시 멈칫한 ‘유병재’가 똑같이 호선을 그리며 씩 웃었다.
 
“그렇죠. 나는 도플갱어니까.”
 
삑-, 철컹!
 
또다시 철창이 내려왔다. 철창 너머의 소리는 긴박했지만, 철창 안은 그저 고요했다. 가면을 벗은 이가 물을 한 잔 마시고, 거울을 봤다.
 
“금발은 개뿔, 다듬지도 못한 게 몇 년째인데.”
 
거울 안에는 흑발의 머리가 꽤 길게 내려온 모습이 비쳤다.
 
“아, 이미 내 얼굴 넘어갔나 본데. 굳이 가면 쓰고 일해야 하나, 답답하게.”
 
똑똑.
 
“아. 끝났나요?”
“정화 작업이 끝났어. 업무를 계속 해.”
 
가면을 벗은 자신의 모습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할 말만 전한 방호복의 사람들이 다시 사라졌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가면을 쓰자, 얼마 안 있어 한 대학생이 들어왔다.
 
“오, 방금 도플갱어가 왔었나 봐요? D.D.D 사람들이 한 번에 빠져나가네.”
“네, 근데 제가 보기엔 다시 들어오셔야 할 것 같네요.”
“…. 오, 날 꿰뚫어 본 거 맞지?”
 
병재의 말에 속일 생각도 없는 것인지, 대학생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가 입을 찢으며 밝게 웃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하고 네 오감이 외쳤나 봐?”
“아니요, 오감이 아니라 당신의 변신 능력이 부족한 건데요.”
“뭐, 어찌 됐든. 난 더 완벽해지고, 넌 문을 열게 될 거야.”
“하하, 자신감은 좋은데.”
 
그럴 일 없어. 라는 말을 전하지도 못한 채, 철창이 내려갔다.
 
오늘따라 도플갱어 더럽게 많이 오네. 다들 할 일이 없나.
 
“안녕, 이 일 때려치울 생각 없어?”
“예?”
“아니, 지루해 보이길래. 뭐, 무시해요. 여기 카드랑 증명서요.”
“외출자 명단에 없으신데. 왜 나가셨어요?”
“왜 밖에 있었냐고요? 아, 네. 죽여주는 일 좀 하고 있었죠. 그런 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오늘 목소리가 좀 다르시네요.”
“내 목소리나 생김새에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지나가는 이웃들에게 물어봐요, 전 자신 있어요. 절 천사라고 부르셔도 될걸요? 전 친절하고 이웃에게도 베풀고 있는데.”
 
쓸데없이 붙여 오는 미사여구를 무시하며 질문을 이어 나가자, 여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질문이 많으시네. 하지만, 그래요. 뭐라 하진 않을게. 나 좀 바쁜 사람인데 시간 낭비하는 것 같네. 내가 빡치는지 보려고 계속 질문만 해대는 거야? 오우, 그런 거면 포기해요. 말했잖아, 나 별명 천사라니까? 이웃들이 내 덕에 목숨을 살린 게 몇 번인데. 그러니까……, 좆 같은 질문들 그만하고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문이나 열어.”
“도플갱어한테 문을 어떻게 열어줍니까?”
“도플갱어가 이미 널리고 널렸는데 왜 이리 말이 많아? 지금 다들 목숨 걸고 도망치고 있다고, 네가 이딴 시간 낭비일 뿐인 검문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 낭비인 건 저도 아니까 굳이 가르쳐주지 않으셔도 되고. 안녕히 가세요.”
 
이 여성을 마지막으로는 조용한 하루가 이어졌다. 그게 썩, 불만스러웠다. 귀찮지만 꼭 필요한 절차임을 인지하고 있는 인간들과 똑같은 문답이 이어지고,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사람을 기다리고. 또 의미 없는 문답을 이어 나가고.
 
“하. 빨리 도플갱어를 만나야 하는데.”
“안녕하세요!”
“네.”
“리스트에 제 이름이 있나요? 좋아요. 여기 신분증이랑 증명서예요.”
 
나오라니까 나와주기는 하는데, 이런 놈들을 원하는 게 아닌데.
 
입주민 자료와 신분증, 증명서를 다 살펴봤는데도 따로 말을 안 하자, 여학생이 병재를 닦달했다.
 
“다 확인된 거죠? 들여보내 줘요. 전 학교에 다녀온 거니까.”
“아니요, 잠시만요. 전화 한번 해 보고 들여보내 드릴게요.”
“전화 한번 해 보겠다고요? 왜?”
 
전화를 해 보겠다는 말에 여학생이 입술을 삐죽이며 가방끈을 죽, 죽 잡아당겼다.
 
“집에는 아무도-.”
“여보세요? 검문 실인가요? 저는 오늘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었어요.”
“아, 씹. 저 정말 빨리 들어가야 해요. 아무도 죽이지 않을게요, 맹세해요.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요. 밖에 있는 모두가 죽도록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요, 좀! 네? 제발, 문 좀. 열어줄 수 있나요?”
“엿이나 드세요.”
“응, 너나.”
 
여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순식간에 플라스틱 창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크기의 남성이 된 이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갈수록 눈치채기 힘들고, 갈수록 내 승리가 가까워질 거야. 넌 내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의심하기 시작할 거고. 네가 날 알아차려도, 난 다시 다른 얼굴로 돌아올 거야.”
“아, 네, 그러세요.”
“난 멈추지 않아! 몇 번만 더 하면 넌 무력해지겠지. 내 구라에 속아서 본전도 못 추릴걸. 백업 불러 봐, 난 다시 올 거니까. 결국 넌 날 들여보내고, 시체가 쌓이는 걸 1열에서 직관하게 될 거라고.”
 
철창이 내려가고, 짜증이 가득 찬 고함 소리와, 미친 듯한 웃음소리. 그리고 총성이 들렸다.
 
아니, 지금 짜증 내야 하는 게 누군데? 결국 니네를 들여보내게 될 거라고? 응, 지랄 마. 내가 너희 알아보는데 도가 텄어. 시체가 쌓이는 걸 굳이 봐야 하나, 이미 고통스러운 광경을 가까이서 목격했고, 내 멘탈은 이미 망가졌는데. 근데 이를 어째?
 
내 멘탈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너희를 더 잘 알아보게 될 뿐이야.
 
밤이 되고 아파트가 완전히 봉쇄됐다. 인간 한 명이 버튼 누르는 거 쯤으로는 출입문이 열릴 수 없게, 단단하게.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이웃들이 안부를 물어 왔지만, 대충 인사만 건네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별것 없었다. 침대와 책상. 책상 위에 놓인 하나의 앨범. 그뿐이었다. 이 집은, 애정을 줄 수 있는 집이 아니라서. 도저히 애정이 가지 않는 집이라서. 굳이 내가 이곳에서 살았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그’ 녀석만 잡으면 떠날 거니까.


하루하루는 똑같이 반복됐다.
 
너무 똑같은 하루에 질렸고, 이미 늦었나, 이미 다른 얼굴이 되었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었나. 부정적인 생각에 온몸이 잠식당할 때쯤.
 
“찾았다.”
 
찾았다. 말 그대로, 찾았다.
 
“네?”
“아니에요, 신분증이랑 증명서 주세요.”
 
이 역겨운 일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게 한 장본인을.
 
“네, 여기요! 리스트에 제 이름이 있나요? 다행이네요.”
“집 전화번호 한 번 불러주시겠어요?”
“엇, 입주민 명부에 적혀 있지 않나요?”
“본인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니까 한 번만 불러주세요.”
 
그 말에 순응한 것인지, 남성이 웃으며 자기 집 전화번호를 불렀다. 전화기를 들어 그 번호에 전화를 걸자.
 
‘뚜-, 뚜-, 뚜-. 응답이 없습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 확인된 건가요?”
“생일이 어떻게 되시나요?”
“2월 2일이죠.”
“비 오는 날씨 좋아하세요?”
“그럼요! 아, 요즘은 도플갱어들 때문에 즐기기 힘들긴 해요.”
“본인이 거주하시는 아파트 호수는?”
“402호요. 원래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던가요? 이래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죽도록 들어가고 싶어 하는 거구나.”
 
역겨웠다. 저 아무렇지 않은 평온한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웃어 보시겠어요?”
“? 얼마든지요!”
 
저 아무렇지 않게도 웃어 보이는 얼굴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전화해 볼게요.”
“네? 상관은 없는데…, 굳이요? 아무도 안 받을.”
“여보세요?”
“…. 그럴 리가 없는데‥.”
 
저 익숙한 웃음이. 토악질 나올 정도로.
아주 자연스러웠다.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며 모든 행동이 인간과 똑같았고,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 중 하나도 잘못된 부분이 없었다.
 
완전히.
 
“형 지금이에요.”
“아, 알았어.”
 
인간을 잡아먹어 흡수한 도플갱어의 모습이었다.
 
“뭐야, 전화 다른 곳으로 한 거였어요? 어쩐지 받더-.”
 
탕-!
 
총알이 날아와 남성의 머리에 꽂혔다.
철창이 내려가거나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달려오진 않았다. 그저 도플갱어용 총을 든, 검은 옷을 입은 이만 천천히 걸어 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병재가 입주민 명부를 꺼내 펼치고 펜도 하나 꺼냈다.
402호, 그곳에 적혀 있는 이름은.
 
‘유병재’ 그리고.
 
“하하‥. 드디어 보내주네….”
 
‘표지훈’
 
병재가 지훈의 명부 아래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미안해, 피오야. 너무 늦어졌네. 너 죽인 애, 드디어 잡았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편하게 눈 감아. 미안해, 정말로.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 지훈아.”
 
사망.
 
스스로 적은 그 글자를 가만히 보던 병재가 가면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어떻게….”
“형, 저 총 좀요.”
“여기.”
 
형에게서 건네받은 총을 도플갱어에게 겨누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머리와 몸에 총알이 박혀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우스워라.
 
“아아, 가면을 벗으니 알겠군. 이 몸의 가족이야.”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실망이야.”
“그래봤자 날 죽일 수는 없을 텐데. 이 얼굴이 그립지 않-.”
 
탕-!
 
“아니.”
 
탕, 탕, 탕!
 
“너는 지훈이가 아니야. 역겨운 도플갱어 새끼지.”
 
끝이었다,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