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구원이 되었다

舊願

어서 와 2024. 4. 7. 22:27

병재야-, 병재야!”

.”

 

더 자고 싶어.

 

어제 늦게 잔다 싶더라니, 안 일어나면 너 밥 없다?”

 

.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잘걸.

 

으으, 일어났어요.”

 

겨우 일어나 잠을 떨치기 위해 마른세수를 하고 있자니 종민이 다가왔다.

 

잘 잤어?”

, 일단은.”

밥은?”

별로 배 안 고픈-.”

, 그래도 먹어.”

 

눈앞까지 마중 나온 식빵에 병재가 어정쩡하게 식빵을 받아들었다.

 

왜 물었어요?”

예의상.”

하하.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 다른 형들이랑 지훈이는요?”

이 건물이라고 주변에 식물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잠시 살펴보러 나갔어.”

형들은 몰라도 지훈이까지요?”

 

병재가 건네받은 것과 똑같은 식빵을 베어 물며 신동이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계속 눈치 보면서 싸고돌려 하니까 자긴 괜찮다고 어필하고 싶었나 보지, .”

.”

우리는 충분히 말렸다?”

더 말렸어야죠. 안 그래도 다쳤는데.”

조심하라고 충분히 주의 줬지. 너 가만 보면 지훈이를 아직도 8살 아기로 보는 거 같아.”

맞아, 피오도 이제 어른이야. 군대까지 갔다 온. 너무 싸고돌다가 너한테 질려 한다?”

.”

 

아무 말도 못 하고 식빵만 만지작거리자 종민이 웃으며 병재의 머리를 잔뜩 헤집어 놨다.

 

으아, ?”

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 웃으면서 자기 발로 직접 걸어서 나갔어. 숨도 잘 쉬고 있었고.”

. 근데요 형.”

?”

형이야말로 저 아직도 애 취급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내가 뭘.”

머리!”

 

궁시렁거리며 종민의 손길에 잔뜩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거봐, 무사히 돌아왔지?”

밖에서 재밌었나 본데?”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

동이 형! 병재 형! 붕대! 구급상자!”

 

미친,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

 

무슨 일이야!”

구급상자부터요, 빨리!”

아니, 그 정도 아니라니까.”

가만히 있어요!”

누구야, 동현이 형??”

아니, 동현아, 뭘 한 거야!”

괜찮다니까요! 과해!”

가만히 치료 안 받나!”

, 진짜아!”

.

.

한바탕 난리 지나갔네.”

소리만 들으면 거의 동현이 형 죽기 직전이었는데, 크큭.”

그러게 그 정도 아니라니까.”

어허, 다쳐온 사람은 발언권 없어요.”

 

그저 작은 생채기. 평소였으면 생긴 줄도 모르고 그냥 넘겼을 작은 상처.

 

그 식물이 독성이면 어쩌려고 그렇게 태평해요, 형은.”

, 진짜 줄기가 다가오면 피해야지 그걸 와 팔로 막고 그라는데.”

형 때문에 진짜 10년은 늙은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 상처를 낸 것이 전혀 평범한 것이 아니라서. 전혀 사소하지 않아서. 정체조차 알 수 없는 것이라서. 다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소독하고 붕대만 감아두긴 했는데, 혹시라도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해야 해요, 알겠죠?”

알았어, 알았어. 진짜 전혀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마.”

걱정 잔뜩 끼쳐놓고 하지 말래.”

일단, 그 식물 여기서 좀 찾아봐요.”

 

병재가 어젯밤에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식물도감을 건네자 호동과 동현, 피오가 머리를 한데 모으고 동현을 공격한 식물을 찾기 시작했다.

 

으음.”

이건가?”

애매한데.”

 

팔락팔락.

 

한참 도감을 넘기다가 셋이 목소리를 한데 모아 소리쳤다.

 

이거다!”

, 이거이거!”

, , , , 요놈이다!”

, 찾았어요? 제가 한 번 볼게요.”

 

다시 도감을 받아가 그들이 가리킨 식물에 대한 설명을 읽던 병재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왜 그래?”

이거, 이거인 게 확실한 거죠? 다른 거랑 착각한 거 아니죠?”

그거 맞아요!”

똑똑히 봤다, 분명 그거였다.”

왜 그래?”

 

도감을 든 병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당장! 가서 누워요!”

? 으엉? ?”

왜긴 왜야, 독성 식물이니까지! 누워!!”

?”

설명은 나중에 해 줄 테니까 일단 누우라고요!”

 

안쪽에 있는 방에 동현을 눕히고 다른 책들도 잔뜩 챙긴 병재가 동현 옆에 주저앉았다.

 

정확히 어떻게 공격당한 거예요?”

. 꽃술? 꽃대? 줄기? 같은 게 팔에 박혔어.”

그니까 왜 나서 가지고!”

그럼 어떡하냐, 이상한 식물이 갑자기 속도를 높이고 지훈이 노리는데!”

그거를 팔로 막다가 살을 파고들었다는 거죠?”

, . 심한 독성이야?”

 

3개를 펴두고서 두루두루 살피던 병재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몰라요. 일단 이름은 크리스마스 로즈라는 식물인데 원래는 섭취 시에 중독 현상이 나타나지만, 저희가 지금 평범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애초에 이 시기에, 이 지역에 필 꽃도 아닌데 펴서는 저희를 공격했잖아요. 평범과는 거리가 많이 멀죠. 꽃이 살을 파고들어 직접 독을 주입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무엇보다 독의 위험성 정도도 책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병재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동현이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굴렸다.

 

근데 중독됐다기엔 나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뎅?”

태평한 소리 할 때냐고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 그렇구나.”

그렇구나라뇨, . , 피오야! 너 손, 붕대! !”

 

고개를 젓다가 피오의 손을 본 병재의 안색이 다시 새파랗게 변했다.

 

, 뭐야, , 상처 벌어졌나 보다. 괜찮아요, 안 아프-.”

이 사람들 왜 다 괜찮대! 당장 손 이리 내!”

 

또 한바탕 난리를 치며 피오의 손에도 새로 붕대를 감고서 지친 병재가 의자에 아무렇게나 퍼질러져 앉았다.

 

제발 부탁이니까둘 다 얌전히 누워있어 줘.”

. 괜찮은데.”

 

지친 병재 대신 신동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호동이 형, 동현이 형 좀 감시해 줘요.”

? 알긋다. 못 움직이게 하면 되나?”

. 동현이 형, 혹시 목이 타는 것 같다거나, 위액이 올라오는 것 같다거나, 아무튼 몸에 이상 있으면 바로 불러요, 알겠죠?”

아잏, 알았어,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피오 너는 옆방 가서 누워있어. 종민이 형, 형은 피오 좀 감시해 줘요. 어차피 손 하나라고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 같으니까. 절대. 못 움직이게. 알겠죠?”

알았어! 가자, 피오야.”

, 진짜 괜찮은데.”

.”

, 알겠어요.”

 

종민과 피오가 옆 방으로 가고 신동이 병재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린 나가자. 밖에서 책 좀 더 살피게.”

알았어요, 저희 안 나가고 건물 안에 붙어있으니까 걱정 말고 제대로 휴식 취해요, 알겠어요?”

알겠다니까, 몇 번째 당부야.”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들으니까 그렇지! .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화난 거 아니고.”

그건 당연히 알지. 괜찮으니까 가서 책 봐.”

 

몇 번이나 더 당부하고서 밖으로 나간 신동과 병재가 더 많은 양의 책을 펴두고 살피기 시작했다.

 

꽃대가 살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격.’

 

크리스마스 로즈의 옆에 간단한 필기를 하고서 계속 내용을 살피다가 눈을 들어온 한 문장에 작게 실소를 내뱉었다.

 

왜 그래? 뭐 있어?”

아니에요, 그보다 독에 대한 설명이 딱히 없네요.”

아무래도 섭취 시에만 증상이 나타나니까. 누가 관상용 꽃을 먹겠어.”

. 형은 하필 당해도 독이 있는 식물에.”

방법은 있겠지, 너무 떨지 마.”

. .”

 

빨리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한 문장에만 계속 눈이 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줘요.’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몇 번 쓸며 계속 곱씹던 병재가 조용히 눈을 감고 한숨을 삼켰다.

 

불안을 줘 놓고서는, 진정은 무슨. 진정시키려면이 모든 게 꿈이어야지. 어제의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꿈이어야지.

 

푸핫, 종민이 형 완전 못 해!”

아니, 이게 아닌, 으어?”

종민이 형이 졌다! 벌칙!”

아이, 첫판인데, 연습 게임이지!”

그런 게 어딨어요!”

연습 게임, 연습 게임!”

-, 어쩔 수 없지, 그럼 지금부터는 진짜, 우왁!”

뭐꼬! 갑자기 와 이라노!”

 

여섯 명이 모여서 도란도란 게임을 하던 와중 갑자기 흔들리는 건물에 몇몇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괜찮아?”

, . 형은요?”

괜찮아, 지진인가?”

안전 안내 문자 안 왔는데?”

빨리 뉴스 틀어봐라, 와 이라노, 이거. 흔들리는 정도가 심한데?”

 

그때는 몰랐다. 그저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에 있어서 안정권이 아닌가 보다, 빨리 대피를 해야겠다. 그 생각뿐이었다.

 

그 지진이, 그 흔들림이.

 

진정시킬 수 없는 불안을 불러올 줄이야.

'구원은 구원이 되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救援  (1) 2024.04.30
舊怨  (1)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