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형제가 살아있는 세계관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이상한 글을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말로 산타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아동 학대범일 거라고.
인간이, 특히나 어린 인간이 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나 아이들이 울지 않도록 협박을 한다.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그리고 그 산타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 행복한 아이들에게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타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힘든 순간은 더 자주 찾아오고 필요한 것들은 더 많아지지만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산타는, 선물을 가지고 아이들을 협박하는 학대범임과 동시에, 차별을 행하는 자인 것이다.
그런 산타 따위, 없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일일 텐데.
아니, 어쩌면 크리스마스라는 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산타라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장면들을 눈에 담으며 살아간다.
차라리... 즐거워하는 사람들 틈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릴까?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좀 행복해질 것 같은데.
아,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게 좋겠어. 지금 가자. 지금 밖에는 사람들이 한창 연휴를 즐기고 있을 시간이니. 바로 지금이야. 내일이면 크리스마슨데, 지금 이 시간에 밖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나가자. 하자. 하는 거야. 끔찍이도 싫어하는 이 연휴를 피로 장식하는 거야. 그럼 크리스마스가 좀 좋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크리스마스는 뭐든 붉게 장식하는 날이잖아? 붉은 장식품으로 장식하든, 붉은 피로 장식하든 그게 그거 아니겠어? 기분 나쁜 인간들도 정리하고, 기분 나쁜 이 연휴를 아름답게 장식하-.
“야! 야!”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 생각을 한 목소리가 싹둑, 잘라내었다.
“..뭐꼬.”
“귓방망이 처뭇나. 됐고, 나와라.”
“와.”
“내일이면 사람 몰려서 밖에 싸돌아다니기 디다.”
“오늘도 딘건 삐까이 아이가. 왜 나가노.”
방에 불까지 환하게 밝힌 구경만이 귀찮아하는 구경도를 재촉했다.
“케도 클마슨디 케잌이라도 하나 무야지 않긋나. 빨랑 가서 사들고 오자.”
“혼자 갔다 온나. 내는 기않다.”
“그라모, 집에 단디 있으라.”
“가라.”
결국 구경만이 혼자 나가자, 넓은 집에는 구경도 홀로 남았다.
혼자 남자, 또다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구경도가 몸을 움찔 떨더니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러고서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침대로 다가가 침대 밑 구석에서 금고 하나를 꺼냈다.
띡. 띡. 띡. 띡. 띡.
띠리릭.
천천히 비번을 누르자, 금고의 문이 열리고 작은 유리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병을 겉옷 주머니에 넣은 구경도는 밖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가장 번잡할, 그곳으로.
그리고 아마, 구경만이 있을 그곳으로.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 도착한 구경도가 주머니 안에서 손으로 유리병을 만지작거렸다.
손을 꺼내자, 찬 바람이 유리병을 마구 때렸다.
“니 뭐꼬.”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케이크 상자를 든 구경만이 구경도에게 다가왔다.
“왔나.”
“왜 기나왔노.”
“그냥, 사람 구경.”
“별 걸 다 보네. 집이나 가자. 추바 뒤지겄다.”
“야.”
“와.”
“산타, 믿은 적 있나.”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는 구경만에게 구경도가 물었다.
구경도의 의도를 살피는 것인지 잠시 가만히 있던 구경만이 입을 열었다.
“니는, 어릴 때부터 그런 거에 부정적이었지마는, 내는 믿은 적 있다.”
“뭐 빌었는데. 부모가 생기길?”
“그딴 걸 빌었겠나. 그냥, 언젠가는 내도 저들처럼 웃으면서 평범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길 빌었다.”
“그렇게 빌면서 상상했던 미래에, 내는 있었나.”
“니 오늘 와 이라노.”
구경도가 계속 이상한 질문을 해오자, 구경만이 의문을 가지면서도 전부 대답해 주었다..
“그럼 없었겠나. 니랑 내랑 의절할 것도 아이고. 왜 없겠노.”
“그거면, 됐다.”
“뭐가 됐다는 거고.”
“몰라도 된다. 춥다. 가자.”
“니 오늘 진짜 이상하데이. 알제.”
집으로 돌아가는 구경도의 겉옷 주머니에는, 유리병 같은 건 없었다.
아무리 싫어도 가족인 형이 상상했던 크리스마스가.
그리고.. 아마 본인도 상상했었을. 아니, 분명 상상했던 그 크리스마스가 피로 얼룩지지를 않기를 바랐기에.
더 이상 이상한 충동에 휩쓸리지 않도록, 다시는 본인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보냈다.
생각해 보면, 그도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다.
행복하게 해달라고.
형과, 자신을.
그 빛바랜 오랜 바람이, 몇십 년이 지나 그의 머리에 떠오른 이유는, 그만이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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