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

나의 빛

어서 와 2023. 12. 24. 17:44

무간즈 좋아한다는 표현 있음. 싫어하는 사람들은 뒤로 백 부탁. 감사.


- - -

 

뭐야. 시끄러워.

 

바이탈 정상, 의식 돌아왔습니다.”

 

흐린 시야에 천천히 초점이 돌아오자 흰 가운을 입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환자분,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

좋아요, 그럼 이거 보이실까요.”

 

그 사람이 건넨 카드에는 숫자 5가 적혀있었다.

 

보입니다.”

읽어 보실게요.”

“5.”

이것도 읽어 보세요.”

탈출?”

 

그렇게 몇 번 의식 상태와 기본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사람이 확 빠지고 한 명만 남았다.

 

여긴병원입니까?”

, 교소도에 수감 돼 있으시다가 PDS 바이러스에 감염되셨는데, 기억나세요?”

. 납니다.”

 

어떻게 잊겠는가, 괜찮을 거라 믿었지만 괜찮지 않았던 그 날을.

혹시 문제가 생겨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킬 수 없었던 그 날을.

 

지금은 완치되셨고요, 다만 그동안 제대로 된 영양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빈혈이 있을 수 있어요. 너무 과격한 행동은 하지 마시고, 병원 내에서만 생활해주세요.”

 

완치. 그럼.

 

이제 일반 병실로 이동하실게요.”

 

PDS 환자만을 위한 병원인지 병실을 이동하는 동안 교도소에서 봐왔던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여기가 환자분 자리예요. 혹시 필요한 일 있으시면 벨 눌러주세요.”

!”

?”

 

돌아가려는 간호사를 붙잡고 목을 긁적이며 어정쩡하게 물었다.

 

혹시 그때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 전부 이곳으로 옮겨진 겁니까?”

, 왜 그러시나요?”

. 구경만이라고, 어디 병실인지 알 수 있을까요?”

구경만이라면. 환자분 바로 옆 베드예요. 아시는 사이인가요?”

 

간호사의 말에 커튼으로 가려진 옆자리를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무시나. 목소리 들었으면 나와볼 만한데.

 

다행이네요, 그럼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 뭐를.”

구경만 환자분, 기억 상실 상태셔서요. 너무 무리시키진 마시고, 대화만 좀 자주 해주세요.”

. ?”

제가 지금 업무가 밀려서, 급한 일 있으시면 호출해주세요.”

 

떠나버린 간호사의 말을 곱씹다가 성오가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었다.

 

간호사가 헷갈린 거겠지, 소장님이 기억 상실이라니. 그 누구보다 강하신 분인데, 말도 안 되는.

 

뭐꼬, 너 누여. 와 남의 커튼을 갖다가 지멋대로 치고 자빠져 있노.”

 

하지만 그런 기대를 짓밟기라도 하듯 갑자기 젖혀진 커튼에 고개를 든 경만과 눈이 마주쳤고. 완전히 타인을 보는 듯한 눈빛에 커튼을 쥐고 있는 성오의 손이 잘게 떨렸다.

 

, 장님. 괜찮으십니까?”

괘않고 자시고 누냐니까.”

, 기억 안 나십니까?”

나가 기억을 하믄 묻고 있겠나.”

 

기억을. 못하는구나. 소장님의 인생에서 내가 진짜사라져버렸구나.

 

내랑 뭐 사랑이라도 하는 사이였나.”

. ?”

아니 마 울라꼬 하이까, 당황스럽네.”

아니, 아닙니다.”

그럼 뭐 짝사랑?”

아닙니다, 그런 관계.”

 

그저 존경했던, 그랬기에 평생의 신념도 다 버리고 당신의 뒤도 따라갈 수 있었던, 그러나 잘하는 건 하나도 없었던. 그저 그런 미련한 사람일 뿐입니다.

 

아이긴, 표정이 완전 맞고만. 여나 한 잔 혀.”

 

경만이 건넨 물을 한 잔 마시고 성오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해요.”

뭘 그만 혀, 나가 뭘 했었는 갑제?”

. 유치한 싸움, 이제 그만 둡시다. 동생분도 더 이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제 그냥 착하게는 아니더라도 나쁘게는 살지 맙시다.”

나가 지금 머리를 쪼매 다쳐가 이해가 잘 안 되는디, 나사가 이빠이 빠진 놈이었는 갑네.”

 

. 언제나 열심이셨습니다. 애석하게도, 언제나.

 

열심히 사셨습니다. 유치한 겨루기까지도.”

겨루기가 뭘 말하는 기고.”

.”

 

차라리, 잘 잊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얗던 소장님은 이미 검게 물드셨습니다. 검은색이 어떻게 흰색으로 돌아가겠습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투명해져 버린 지금, 검은색을 쳐다도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러니.

 

행복하십쇼.”

거 참, 이해 안 될 말만 하네. 그 짝도 머리가 나가리 됐는교?”

그런가 봅니다.”

 

감히 당신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게 다친 게 아니면 뭐겠습니까.

 

저는 방성오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빵송이라고 부르셨습니다.”

빵송? 기억 안 나는디.”

안 나도 됩니다. 불편하지 않게 옆에서 돕겠습니다.”

계속 내 옆에 있는다꼬? .”

그게 제 기쁨이니까요.”

오글거린다, .”

 

존경한다는 이유로, 검게 물드는 당신을 말리지 못하고 따르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좋아한다는 이유로 감히 당신 인생에 더 깊숙이 들어가 뒤에서 걷는 게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길을 잃으실 때면,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그게 제 기쁨이고, 삶의 이유입니다. 그러니, 절 계속 곁에 둬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알아 해라. 내 억지로 시킨 거 아이다.”

.”

 

이번에는 꼭 당신의 밝음을 지켜보겠습니다. 약속합니다, 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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