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철문이 완전히 닫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 너머에서 들리는 괴성에 내부로 들어온 인물이 예상한 인물이 맞는지 확인할 생각도 못 하고 가만히 몸을 떨었다.
“으아으….”
움찔, 사람을 확인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있는 것조차 까먹고 있던 신동이 뒤에서 들리는 신음에 몸을 크게 떨며 뒤돌아봤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는 사람은 아까 옷걸이에서 봤던 주황색의 우주복을 입고 있어, 누군지 파악이 쉽지 않았다.
“저기‥.”
“어!”
“어, 왜!”
“아, 놀래라아‥. 동아, 네가 문 열었어?”
하지만 특유의 호들거림에 신동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눈을 맞추기 위해 마찬가지로 쭈그려 앉았다.
“네, 제가 열었어요. 괜찮아요?”
“고맙다, 야…. 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숨쉬기가 답답한 듯 방호복 같은 것을 벗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동현이 형, 옷 입고 나갔네요?”
“어어, 처음에는 그냥 나갔는데 밖에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더라고.”
“진짜요?”
“어, 숨 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상한 냄새나고 머리 아프고 그래서 입었지. 근데 밖에 너무 이상한 생명체가….”
동현의 말에 따르면 격투기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 사람을 상대하다 의식이 흐려졌고 신동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눈을 떴다 했다. 컴퓨터 화면은 전혀 이해가 안 되고 안은 답답하고 해서 밖을 나갔는데 이상한 생명체들이 쫓아와서 이곳으로 돌아오니 분명 열어두고 나왔던 문이 닫혀있었다고. 그래서 한 바퀴를 더 돌고 오자 타이밍 좋게 신동이 문을 열어줘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근데 난 잠깐 봤는데도 엄청 빠르던데 어떻게 도망쳤어요?”
“야, 나 체육인이야-.”
“하긴, 형 엄청 빠르긴 하죠.”
신동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경로를 설명하는 사이 동현이 숨을 다 고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네.”
“뭐가요?”
“왜 우리 둘이지?”
“그러게요….”
신동도 혼자 한참이나 생각하던 부분이었다. ‘왜 나지?’ 하지만 범인이 없는 상황에 혼자 생각한다 해서 답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건 둘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돌리자 신동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동아?”
“형, 잠시만요. 거기 가만히 있어 봐요.”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들여다보자 아까 자신의 위치라고 생각했던 파란 점 외의 또 다른 파란 점이 네모난 선 안에 위치 해있었다.
뒤로 한 걸음, 파란 점의 위치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네모난 선 앞부분에 있는 신동과 달리 파란 점은 뒷부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형 돌아봐요.”
“엉? 돌라고?”
“네, 제자리에서 한 바퀴만.”
동현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돌자 카메라 화면뿐 아니라 파란 점이랑 세트인 듯 보이는 파란 색의 부채꼴 모양이 함께 돌았다.
“형 뭐 챙기거나 옷에 뭐가 들어있었다거나 하진 않죠?”
“응, 뭐 없었어. 근데 옷이 평범한 방호복은 아닌 건지 조금 무겁긴 하더라.”
“형 천천히 여기 와 볼래요?”
동현이 신동에게 다가가자 아까 한 바퀴 돌았던 파란 점이 앞으로 움직였다.
“왜? 뭐 찾았어?”
“그 옷에 위치추적기랑 카메라가 달린 거 같아요.”
“여기에?”
“네, 여기 보면 이 카메라 화면이 형이 보는 시점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그거랑 같이 이 파란 점도 움직이고.”
“오, 그러네!”
“아까 이 파란 점이 저라고 생각했는데 형이랑 두께도 다른 거 보니까 저 옷들인가 봐요.”
“옷?”
“네, 여기서 보고 있어 보세요.”
신동이 행거로 다가가 옷 하나를 들어서 빼자 동현이 오!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학, 지금 파란 점 하나 빠져나왔어!”
“그죠, 역시 이게 맞네.”
남은 옷의 개수를 세자 동현이 입고 있는 것, 신동이 들고 있는 것 외에 두 개가 남았다.
두 명이 더 올 수도 있겠네…. 그보다 이 옷‥.
“어, 동아!”
“네?”
카메라와 위치추적기가 달려있다기엔 티가 안 나는 옷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데 동현이 크게 신동을 불렀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봐.”
“뭔데요?”
“화면에 갑자기 너 이름 떴어.”
“제 이름이요?”
동현의 말에 눈을 찌푸리며 화질이 좋지 않은 모니터 자세히 보자 정말로 모니터링 중이라는 글자 옆으로 ‘신동희’, 세 글자가 떠 있었다. 눈을 찌푸려 볼 필요도 없이 확실하게.
“형이 뭐 누른 거 아니에요?”
“아니야, 카메라 화면은 어떻게 못 바꾸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너 이름 떴어. 떴다기보단‥ 생겼다 해야 하나? 암튼 그러면서 카메라 화면이 전환됐어.”
그 말이 사실인 듯 신동이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동현의 시점과 같던 카메라 화면은 어느새 신동이 아무렇게 들고 있어 반은 가려진 옷의 화면이 되어 있었다.
“어?”
이 버튼이 아까도 있었던가?
GPS가 뜨는 모니터 옆 작은 흰색 버튼을 누르자.
드륵, 카메라 화면이 전환됐다.
“어, 이거 내 화면인데!”
“이렇게 화면을 전환할 수 있나 봐요.”
확실히, 신동의 이름이 시작이었는지 아까는 이름이 뜨지 않아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것과 달리 동현의 카메라 화면에도 ‘모니터링 중: 김동현’이라는 글자가 떴다.
“이름이 아까도 떴으면 좀 빨리 문 열어줄 수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뭐. 다른 화면은 없어?”
“없는 것 같아요.”
화면을 아무리 전환해봐도 보이는 화면은 동현과 신동, 단 두 개의 화면뿐이었다.
“그럼 일단 동아, 옷 입고 있어.”
“그러는 게 좋겠네요.”
옷을 입고 움직임대로 카메라 화면과 GPS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한 신동이 아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의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뭐 해?”
“아직은 패널에 못 누르는 버튼만 있고, 그렇다고 저 밖을 나갈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안부터 찾아봐야죠. 여기는 대체 뭐 하는 곳인지, 누가 우리를 여기로 끌고 왔는지, 왜 우리인지.”
신동의 말에 동현도 신동을 도와 내부를 뒤졌다. 뭐라도 찾기 위해. 그 ‘뭐’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이면 더 좋고.
그렇게 무언가를 찾기에만 집중하던 둘은 보지 못했다.
어느새 전환된 카메라 화면과 모니터에 뜬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