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望

溒网

어서 와 2024. 5. 2. 23:34

! ! 형들!”

 

, 흔들지 마.

 

혀엉!”

 

토할 것 같.

 

우욱!”

! 놀래라, , 정신이 좀 들어요?”

어어속이 좀 안 좋긴 한데.”

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여기 없구나.”

, 당연하지, 피오???”

???”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병재가 놀라서 고개를 휙, 들어 올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몰라요. 그냥 눈 떠 보니까 여기였는데, 형들은 쓰러져 있고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고. 저 진짜 무서웠어요.”

 

왜 피오까지? 대체 왜 우리지? 우리 사이에 공통점은 또 뭐고? 연예인? 아니, 아무리 같은 연예인이라고 해도 활동 방향이 다 다른 사람들인데?

 

으으, 시끄러워.”

동이 형!”

!”

? 지훈이?”

형은 괜찮아요? 병재 형은 속이 안 좋다던데.”

, 조금 어지럽긴 한데 괜찮아. 그보다 너는 또 언제 온 거야?”

 

신동의 물음에 피오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와서 눈 떴을 땐 형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그렇다는 건.”

 

쓰러지기 전 몸을 돌렸던 신동은 똑똑히 봤다.

그냥 스피커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흰 가스가 흘러나오는 것을.

 

이 함선이 우리를 재우고 너를 데려왔다는 거네.”

 

함선도, 안전 구역이 아니다. 전혀.

 

바깥의 공기는 숨통을 옥죄여 오고, 언제 흘러나올지 모르는 함선 내의 가스는 의식을 앗아 간다라.

 

안전한 곳이 진짜 하나도 없네.”

이런 상황에 안전을 바란 게 어불성설이었을지도요.”

 

동현을 깨우고 피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사이 조용히 생각에 빠져있던 병재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정종연 피디는아니겠죠?”

?”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사이에 공통점은 대탈출밖에 없어서요. 깜짝 카메라같은?”

아니, 아니. 아무리 깜짝 카메라라고 해도, 그렇다는 건 찍고 있다는 건데. 카메라 보여? 심지어 이런 세트장을 만드는 게 가능할 것 같아? 나갔다가 온 건 너잖아. 이곳이 세트장 같았어?”

 

신동의 말에 병재가 한숨을 내쉬며 마른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아니요.”

그래, 그리고 아무리 그 사람이 변태라지만. 비록 우리에게 돌을 굴리려고 했던 사람이지만. 우리에게 별짓을 다 했지만. 우리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이 형 은근슬쩍 욕하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안전에는 유의하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수면 가스를 내보내고,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로 우리를 공격하게 했을 리가.”

그렇네요. 그럼 누구지?”

. 대탈출을 재밌게 본 외계인이 구현하려고 납치?”

.”

진심이세요?”

계속 주무시고 계셔도 될 것 같아요.”

, 아잏, 장난이지!”

어쨌든.”

 

하나의 슈트를 피오가 입고서도 남아있는 단 하나의 슈트.

 

저 슈트의 주인은 호동이 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정말로 우리의 공통점이 대탈출, 그거라면.”

그러게.”

 

한 편으론 든든한 그들의 큰 형이 와 줬으면 했고, 또 한 편으론.

 

우리만으로 충분한데.”

호동이 형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이 모든 게 착각이길 바랐다. 하나의 슈트는 그저 예비용이길, 더 이상 이 함선으로 끌려오는 이가 없길, 하고.

 

일단! 저희는 탐방이나 갔다 올까요? 좋든 싫든 일단 여기서 시간을 보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 병재야 너 강심장이다. 아까 그 괴물을 보고도 밖에 나가겠다고?”

그럼 어떡해요. 버리고 온 종민이 형 데리러 가야죠.”

, 맞다. 종민이 형!”

, 맞다라뇨.”

 

어색하게 웃으며 종민의 카메라 화면을 확인하러 간 병재가 마치 끼기긱 소리가 날 것 같은 동작으로 천천히 목을 돌렸다. 그 얼굴은 희게 질려있었다.

 

왜 그래? 종민이 형 지금 문제 있어?”

, 앞에.”

?”

형 바로 앞에, , 괴물이.”

.”

 

잠시의 정적 후 바로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동현을 신동이 겨우 뜯어말렸다.

 

상황은 알고 가야죠, . 상황 어때?”

당장 엄청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데 충분히 위협적이고, 종민이 형 상태가 많이 불안해 보여요.”

 

말 그대로, 아까 함께 확인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 종민의 카메라 화면은 지진이라도 난 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럼 일단 다 같이 가는 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나랑 동현이 형이 가서 종민이 형 데려올게. 피오랑 병재는 여기서 기다리다가 우리 오면 문 좀 열어 줘.”

잠깐, 잠깐, !”

?”

 

상황이 상황인지라 할 말만 하고 빠르게 함선의 문을 열려는 신동을 이번에는 병재가 급하게 막았다.

 

길 아세요?”

.”

저랑 동현이 형이 갈게요.”

나는 어쨌든 가야 하는구나.”

당연하죠, . 형이 제일 빠른데 어딜 빠지려고.”

그럼 내가 피오랑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조심히 갔다 와, 다치지 말고.”

알겠어요.”

 

병재가 아까 들고 왔던 물건 중 노란색의 손전등을 들고, 동현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삽을 들고 함선의 문을 열었다.

 

갔다 올게요.”

 

동현과 병재가 나가며 열고 간 문을 굳이 닫지 않고 신동이 바깥을 살폈다.

 

괜찮을 거예요.”

그렇겠지?”

, 형들을 믿어요.”

그래.”

.

.

하아하아.”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뛰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엄습해 오는 공포 때문인지. 숨이 가빠왔다.

 

이렇게 뛰었는데도 전혀 벗어나질 못했네.

 

벽에 기대 주저앉은 종민이 참담한 현실 속에 눈을 감지도 못하고 앞을 응시했다.

 

조금이라도 오래 눈을 감아 버리면, 지겹도록 들은 텅-! 소리가 다시 울릴 테니까. 아니, 울리긴 할까? 사실 난 이미 죽은 것이 아닐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몸이 일종의 주마등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죽었는데, 이미 숨은 멎었는데, 죽지 않은 것이라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내가 숨을 쉬고 있긴 한가?

 

계속되는 불안과 혼란에, 종민이 천천히 슈트의 모자 부분을 벗었다.

 

병재가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절대 벗지 말라고 했는데혼날지도 모르겠네.

 

굳게 입을 다물고 양손으로 코 주변을 살포시 막았다. 손과 얼굴의 피부 사이로만 공기가 통하자, 숨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숨을 더욱 깊게 들이마실 수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손의 피부가 딸려 오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깊게 내쉬자 손에 콧김이 닿았다. 적은 공기로 호흡해야 하기에 더욱 확실히 호흡했다.

 

나는 살아있구나. 이렇게 제대로, 숨 쉬고 있구나.

 

그 모든 과정 동안에도 눈은 피하지 않고 괴생명체를 쳐다봐야만 했지만, 이제는 떨리기만 하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지금 자신은 살아있으며, 제대로 쳐다보고 있는 이상 저 생명체는 자신을 위협하지 못한다. 나의 목숨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손을 떼고서도 호흡했다. 확실하게, 분명하게.

 

그 사실에 종민이 안도하며 다시 슈트를 뒤집어썼다.

 

으음, 뒷걸음질 치면 갈 수는 있겠지만,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무작정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시 오겠다던 병재의 말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나. 병재도 이상한 생명체한테 붙잡힌 건 아니겠지?

 

지금 종민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릴없이 병재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도, 그것들을 무시하며 그저 병재를 기다려야 했다.

 

, 그러고 보니까 아까 뭐 스캐너같이 생긴 거 주웠었는데.”

 

병재가 가고 심심해서 건물을 더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던 스캐너가 생각나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내리자.

 

-!

 

으악!”

 

머리에 스프링을 단 마네킹이 종민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놀란 종민이 총이라도 쏘듯 스캐너를 내밀고 돌출 되어있는 버튼을 아무거나 놀랐다. 이런 것으로 저 생명체를 위협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마치, 무릎을 치면 통 튕기는 것과 같은, 그런 무조건 반사 말이다.

 

그래도, 그 행동이 완전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던 듯싶다.

 

삐롱, 새로운 생명체 데이터가 터미널에 전송되었습니다.

 

이 스캐너가, 괴생명체의 정보를 스캔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근데 그럼 뭐 해! 터미널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결국은, 병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 병재한테 삽 들려 보내지 말걸.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을 거다. 근데 왜 이리 눈꺼풀이 무겁고 어지러운 것인지. 점점 눈앞의 생명체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못 버틸지도.

 

!”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근처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

, 괜찮아요?”

병재?”

, 저 왔어요! 옆에 동현이 형도 있어요!”

동현이? 그보다 그렇게 속삭이지 않아도 돼.”

그래요?”

, 우는 천사 알아?”

우는 천사요?”

 

동현은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병재를 쳐다봤고 병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쳐다보면 굳고, 안 쳐다보면 쫓아오는 괴물 아니에요?”

맞아. 쟤가 우는 천사라서, 그냥 쳐다보고만 있으면 안전해. 나도 처음에는 눈치 못 채고 계속 도망 다니느라 땀 좀 뺐지만.”

 

종민의 말에 병재와 동현이 좀 더 용기 내 앞으로 나왔다.

 

진짜, 분명 형이 기다리고 있겠다 했는데 그곳에 없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눈치챘지만.”

그래? 어떻게?”

함선에 카메라가 있더라고요. 근데 형 왜 앉아있어요? 설마 다리 다쳤어요? 얼마나? 많이 아파요?”

아냐, 아냐. 그냥 힘들어서 앉은 거야. 근데 얘들아.”

?”

미안한데조금만 잘게.”

 

갑자기 스르륵, 쓰러지는 종민에 병재가 놀라 큰소리를 내자 앞에서 마네킹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동현이 놀라 뒤돌며 크게 점프했다.

 

-! -!

 

!”

흐어어!”

, 마네킹 봐요!”

 

안 그래도 크게 뛰어올랐던 동현이 빠르게 목을 돌리자, 바로 앞까지 와있는 마네킹에 놀라 더 크게 뛰어올랐다. 쉽게 진정되지 않는 심장박동에, 진정하기 위해(아마도) 제자리에서 계속 뛰어오르다 겨우 본래 페이스를 찾았다. 병재도 벌렁벌렁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 잠시만 마네킹 보고 있어 봐요.”

어어, 알았어.”

 

동현이 마네킹을 보는 사이 병재가 종민 옆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뭘 이렇게 많이 주운 거야, 이 형은.

 

,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 어어, 쓸데없는 짓이라니! 나 아무것도 안 했어!”

네네, 계속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괜히 건드렸다가 어떻게 반격할지, 저희는 아무 정보도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일단 무사히 돌아가는 게 목표니까요. 이제 제가 보고 있을 테니까 삽 내려두고 종민이 형 좀 업어 줘요.”

알았어.”

 

동현이 삽을 내려두고 종민을 업자 병재가 계속 마네킹을 쳐다보며 손을 뻗어 삽도 주웠다.

 

이거 다 들고 갈 수 있을까. 안 되면 버리고 가야지, 일단 가서 종민이 형 상태 확인하는 게 먼저니까.

 

, 일단 가요. 마네킹 안 보일 정도로는 가지 마시고.”

, 알써.”

 

병재가 보는 동안 동현이 가고, 동현이 보면 이번에는 병재가 가며 겨우 건물을 벗어난 둘이 한숨을 내쉬었다.

 

뛸까요?”

될까?”

그렇게 가깝다곤 할 순 없는 거리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빨리 함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하늘도 어둡고, 저녁이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럼 뛰자. 안 될 것 같으면 물건은 문 앞에 둬.”

아니에요, 일단 되는 만큼은 가볼게요.”

그래.”

 

종민을 앞으로 고쳐 안고 종민의 배 위에 물건을 몇 개 올려 병재의 짐을 좀 줄이고 둘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 ! ! !

 

병재야, 더 빨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발소리, 그에 맞춰 흔들리는 땅.

 

자신의 동현만큼 빠르게 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달렸다. 이렇게까지 달려 본 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로.

 

동아! !”

 

함선 문을 열어두고서 밖을 살피던 신동이 병재와 동현이 함선 안으로 몸을 날리자마자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허억, 흐억, 하아. .”

괜찮아?”

안 괜찮은 거 같아요. 흐어, 힘들어.”

흐아아, , 숨차.”

 

혹시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숨이 차 동현도 병재도 슈트를 벗어 던졌다.

 

종민이 형은 상태가 왜 그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쓰러졌어요! 여기 구급상자 같은 거 없겠죠? 어떡하지.”

일단 진정해. 숨도 좀 쉬고.”

 

종민의 슈트도 벗겨 대충 상태를 살핀 신동이 피오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지?”

.”

왜 그래요, 뭐 알아요? 종민이 형 뭐 괴물한테 당한 거예요?”

아니, 그냥 잠든 거야.”

. ?”

? 잠든 거라고?”

혹시 건물 찾아가는데 얼마나 걸렸어?”

 

신동의 물음에 병재가 잠시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얼마 안 걸렸어요. 생각보다는 가까워서.”

그럼 건물 안에서 종민이 형 찾는 건?”

한참 걸렸죠. 종민이 형이 이상한 마네킹한테서 도망친다고 좀 멀리 이동했더라고요.”

건물 안에 창문이나, , 아무튼 밖을 볼 수 있을 만한 환경이야?”

전혀. 문도 철문이지, 그 흔한 창문 하나 없지. 병재가 손전등 안 챙겼으면 아무것도 못 봤어.”

근데 이런 거는 왜 묻는 거예요?”

 

병재의 질문 타이밍과 맞춰, 큰 소리를 내며 문이 또다시 혼자 열렸다.

 

저게저게 뭐예요?”

타이밍 한번 끝내주네. 직접 보는 게 이해가 더 빠르지?”

 

분명 함선으로 달려올 때만 해도 어두웠던 하늘에, 말 몇 마디 나눴다고 밝게 해가 떠있었다. 밝고 밝은 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명확하게.

 

이곳의 시간은 지구와는 달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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