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望

㤪望

어서 와 2024. 4. 18. 19:23

, 이리 와 봐요.”

뭐 찾았어?”

, 종이.”

 

이런저런 정보들이 적힌 것 같은 두꺼운 종이 뭉치를 둘이서 들여다보다 동시에 앓는 소리를 내며 종이를 내려두었다.

 

대체 무슨 설명이 이렇게 복잡해. 그림이나 사진 좀 같이 넣어주지.”

이건 그냥 나중에 병재 오면 보여 주.”

여기 병재가 이디 있어.”

그러게요. 그럼 어떻게든 읽어야겠네.”

 

신동이 머리를 싸매며 종이 뭉치를 읽는 사이에 동현이 슬금슬금 자리를 벗어났다.

 

! 안 읽고 어디 가요.”

내가 읽어 봤자 도움 안 될 것 같은데?”

, 저도 지금 힘들게 읽고 있는데 그렇게 도망가는 게 어디 있어요!”

도망이라니-, 다른 거 뭐 더 있나 둘러보려는 거지!”

하여튼, 말은 잘해요.”

 

동생의 눈치에 뭐라도 하는 척을 하기 위해 모니터 쪽으로 걸어간 동현이 놀라 소리쳤다.

 

, ! GPS! 다가온다!”

? 무슨 색이요?”

파란색! 사람!”

 

신동도 종이를 던지듯 내려두고서 얼른 일어나 화면을 들여다봤다.

 

진짜네.”

문 열까?”

잠시, 잠시만요.”

 

GPS가 사람에게 심어진 것이 아닌, 옷에 달린 이상,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하나 생겨난다. 괴물이 옷을 들거나, 문 채 다가오고 있을 가능성이. 물론 파란 점만 다가오고 있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빨간 점이 없다고 해서 괴물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다가오는 파란 점이 사람이라는 것은, 다가오는 빨간 점이 괴물이라는 것은, 겨우 한 번 검증된 사실일 뿐인데. 사소해 보이지만, 외면했다가 어떤 결과가 닥쳐올지 모르기에 함부로 외면할 수도 없었다.

 

일단 형, 카메라 봐봐요. 이름 있어요? 뭐라고 적혀 있어요?”

? 어어, 병재? 병잰데?!”

아니, 뭐야, 저희 둘 뿐인 게 아니었나 본데요? 심지어 저희보다 먼저 왔나 봐요.”

, 거의 도착했어!”

 

아씨, 이걸 문을 열어 말아.

 

주변에 빨간 점 몇 개 보여요?”

네모 선 뒤에 세 개 있긴 한데, 병재 쫓아오는 빨간 점은 안 보여.”

병재 속도는요?”

느려.”

, 느린 게 아니라 그게 일반적인 사람의 속도예요.”

, 그런가.”

 

네모 선에 완전히 다다른 병재에 신동이 잠시 고민하다 문 여는 버튼에 손을 갖다 댔다.

 

, 열게요?”

어엉, 병재 아니면 뭐, 바로 닫으면 되니까.”

근데 병재도 옷 뒤집어쓰고 있을 텐데, 바로 알 수 있어요?”

괜찮아, 작으면 병재야!”

-, 형 진짜똑똑하네요!”

 

자신이 긴장한 걸 느꼈는지 괜스레 장난을 치는 동현에 신동도 웃었지만, 웃고 있다 해서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병재가, 제가 아는 병재가 아닐까 봐서. 버튼에 검지를 올려두고서 계속 망설이고만 있자, 동현이 다가왔다.

 

내가 열까? 무서우면 안쪽에 들어가 있을래?”

.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까는 마음이 급해서 어떤 정신으로 문을 열고 닫았는지 모르겠는데,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으니까 이거, 생각보다 무섭네.

 

하지만 망설임은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계속 이곳에서 이 문을 열고 닫으며 생활해야 할 것인데, 언제까지고 망설일 수는 없으니. 신동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버튼을 눌렀다.

 

치익-, .

 

웜마, 깜짝이야!”

 

문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문이 열리자 뒤로 한발 물러나며 어깨를 움츠렸다.

 

작아! 진짜 병재야!” (아니다. 목소리로 알아봤다.)

? 다짜고짜 왜 갑자기 욕을! ? 동현이 형? 동이 형? 형들은 또 왜 여기 있어요?”

너는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

모르죠.”

, 우리도 몰라.”

.”

일단 들어 와, 문 좀 닫자.”

, .”

 

이상한 냄새. 이게 아까 동현이 형이 말한 냄새인 건가.

 

열고 있었다 해 봤자 몇십 초, 아예 나간 것도 아니고 문 앞에 서 있었을 뿐인데 이상한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코를 뚫는 게 문제가 아니라 코로 들어와 뇌까지 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 너무 나갔나. 냄새가 무슨 뇌를 뚫어.

 

어느새 모자를 벗고 엉망이 된 머리를 대충 손으로 정리하고 있는 병재를 가만히 보다가 신동이 작게 박수 쳤다.

 

, 병재야. 너한테 줄 거 있어.”

저한테요?”

.”

 

병재를 안으로 들인 신동이 웃으며 아까 읽다가 포기한 종이 뭉치를 건넸다.

 

읽을거리.”

. , 감사하네요.”

 

썩은 표정을 갈무리하고 종이를 받아든 병재가 대충 훑고서는 말했다.

 

근데 저 이미 이거 대충 읽었어요.”

, 그래?”

. 제가 읽고 내려둔 거거든요. 읽어는 봤어요?”

읽기는 했는데 복잡해서 전혀 모르겠던데.”

일단 지금 시간이 여유롭진 않아서 대충 설명할게요.”

시간? 시간이 왜?”

, 그게.”

 

차마 신동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볼을 긁적이며 병재가 어색하게 답했다.

 

종민이 형을 버려두고 와서.”

종민이 형도 있어?!”

형을 버리고 왔다고?”

, 종민이 형이 가장 먼저 온 거 같아요. 제가 왔을 때 여기 앉아서 이 종이들이랑 눈싸움하고 있었거든요.”

 

병재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함선. 우리의 안전 구역이자, 핵심 센터였다. 우주의 행성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수집해 그 물건들을 팔아 돈을 버는 시스템의 한 회사의 이동수단인 듯했으나.

 

안 움직인다는 거지?”

, 다른 기계들은 대략적으로나마 사용 가능한 거 보면 배터리가 없는 건 아닌 거 같고, 어떠한 기능을 사용함에 있어 제한이 걸려 있는 거 같아요.”

 

안전 구역, 이하 함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던 병재가 종이를 넘기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 무슨 문제 있어?”

그건 아니고. 여기 이상한 괴생명체들이 있다는데 솔직히 안 믿겨요.”

? ?”

전혀 못 봤거든요.”

아냐!”

있어!”

놀래라, 왜 소리를.”

 

놀란 병재가 귀를 살짝 막자 신동과 동현이 멋쩍게 웃었다.

 

엄청 무서웠거든.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요? , 저 화면 아까는 안 켜지더니 켜졌네요?”

? , 내가 왔을 때 켜졌어.”

, 카메라 화면도 볼 수 있네요? 보자. , 종민이 형 화면 보인다.”

근데 종민이 형은 왜 밖에 있는 거야? 저긴 어디야? 저건 또 뭐고?”

 

함선이 아닌 어떠한 공간. 그 안에서 반짝이는 파란 점과 그 파란 점과 겹쳐져 있는 세모 모양의 노란 점. 동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에 화면이 아닌 병재를 쳐다봤다. 화면 자체는 처음 보는 것이기에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병재가 시선은 화면에 고정한 채 형들에게 물었다.

 

파란 점이 사람인 거죠?”

,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 GPS가 달려 있더라고.”

, 그럼물건 하나하나에 GPS가 달려 있다는 건가?”

?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 뒤로 돌아가 종이를 들고 온 병재가 어떠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줬다.

 

행성에 존재하는 저 건물에는 각종 물건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는 이걸 통해 돈을 버는 거 같은데저희한테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요. 종민이 형이랑 둘이 있을 때는 화면조차 안 돌아갔고 괴생명체라고는 보이지도 않으니까, 물건이 진짜 있는지 확인하자-, 하고 갔죠. 가서 보니까 종이에는 안 적혀 있는 현대의 물건들도 있더라고요?”

 

, 그러고 보니 아까 뭐 들고 있는 거 같던데.

 

병재가 꺼내 보인 물건들은 삽과 손전등, 그리고 무엇인지 용도를 모르겠는 물건 하나였다.

 

이게 안에서 찾은 물건이야?”

, 종민이 형이 혼자 너무 열심히 찾아서 도저히 다 들고 오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지키고 있으라 하고 저 먼저 온 거예요. 같이 갈래요? 건물 구경 겸.”

, 근데.”

 

병재는 못 봤다곤 했지만동현이 형이랑 내가 동시에 환각을 본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우리가 봤던 그 존재는, 우리가 잘못 본 것이라 자위하며 나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절대.

 

그렇게 무서워요? 솔직히 막말로 우리가 천해명이랑 천마도령도 이겨냈는데.”

그거랑 비교할 수가 없어!”

, 천해명? 천해명도 쫄아서 도망갔다, 진짜.”

그 정도라고요?”

그래, 그렇다니-!”

 

치익-, .

 

?”

.”

, 뭐야, 저거 문 왜 혼자 제멋대로 열려?”

 

갑자기 혼자 열린 문에 안 그래도 안쪽에 서 있던 셋이 슬금슬금 더 안쪽으로 기어들어 갔다.

 

아니, , , 문이, 가끔, 혼자, 열려, 버리, 던데, ?”

근데 병재야, 그러면서 너도 지금 쫄았지?”

아니, 아까도 봤던 모습인데 형들이 괜히 겁을 줘서!”

아니, 겁을 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있었-!”

끼에에에엑-!”

 

갑자기 열린 문 너머로 난생처음 보는 생명체가 보였을 때, 심지어 그 생명체가 함선을 향해. 그러니까저들을 향해 뛰어올 때. 셋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전부 똑같았다.

 

, X 됐다.

 

저거, 저거 뭐예요?!”

그니까 말했잖아, 이상한 괴물 있다고!”

아까 나 쫓아오던 애랑은 또 다른데?!”

끼에엑!”

미친, 어떡해, 누가 뭐 좀 해 보-!”

 

!

 

신동과 병재가 당황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사이 앞으로 튀어 나간 동현이 빨간색의 버튼을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 미친 들어 온-!!”

 

쿠와앙-!!!

 

.”

. .”

동현이 형이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괴생명체의 주둥이가 문과 부딪히며 난 굉음의 잔여 떨림을 느끼며 신동과 병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거봐괴물 있다니까.”

안 믿어서 죄송해요.”

 

, 진짜. 문 안 닫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괴생명체가 문과 부딪혀 포기하고 고개를 빼지 않았더라면, 그 주둥이가 완전히 들어왔더라면. 그랬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현이, 우리를 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근데 형.”

?”

저만 어지러워요? 너무 놀라서 그런가.”

, 나도 조금 어지럽긴 한데. 밖에 공기 이상하던데. 그 탓 아닐까?”

얘들아, 빨리 방호복 입어!”

? 왜요?”

공기가 이상.”

? !”

! 괜찮아요?!”

 

갑자기 쓰러져버린 동현에 신동과 병재가 놀라 주저앉았던 다리를 일으켜 동현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

.”

 

 

 

 

 

 

 

 

 

 

 

+ 한 편, 그 시각 쫑미니는.

 

 

병재야, 언제 와. 아무래도 나. 큰일 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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