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出 - 몸을 빼쳐 도망(逃亡)함.
콰앙!
눈앞에서 일어난 폭격, 그로 인해 무너지는 건물과 그 잔재가 자신을 덮쳐올 때.
난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싶을 뿐인데 왜 계속….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 하더라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럴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박수 쳐주마. 근데 일단 나는.
“운명 따위 모르겠다고!”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 본능적으로 서류 가방을 들어, 머리를 가렸다.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에 눈만 질끈 감은 채 한참 굳어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 고통에 종민이 슬며시 눈을 떴다. 눈앞에 가득 찬 회색 후드에 천천히 고개를 들자.
“엇.”
퍽! 후두둑‥.
“아.”
바, 방금 콘크리트가 머리에 떨어진 거야?? 근데 콘크리트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저렇게 태평해도 되는 거야? 머리 위로 콘크리트랑 철근이 떨어졌는데??? 피가… 안 나‥?
…. 그래도 어찌 됐든‥ 지켜 준 거지‥?
자신을 막아서고 있는 남자를 빤히 보며 눈치를 보고 있자, 남자가 검지로 마스크를 내리고는 씩, 웃었다.
“괜찮으-.”
“딸꾹.”
지켜준 게 아니라 날 죽이러 왔는가 보다….
모자를 깊게 눌러써 그림자 진 얼굴과… 살벌한 미소.
그는 나를 죽이러 온 것이 분명했다. 저 얼굴이 그 증거다!
그래도 잘하면…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 땀이 배어 나오는 손을 살짝 말아쥐고 눈치를 보며 주변을 슬 보고 있는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동현아, 니 괘않나.”
“아, 형님.”
형님?
고개를 슬쩍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본 종민은….
“어!”
“뭐꼬, 와 이라노.”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니 뭐 했나?”
“아뇨? 겁에 질려있길래 그냥 안심하라고 웃은 게 단데‥.”
“… 그 꼴로?”
“네? 제 꼴이 왜요?”
“니가 함 봐봐라, 안심이 되나.”
호동의 호통에 구시렁거리며 폰을 꺼내 자신의 상태를 살핀 동현이 움찔 몸을 떨었다.
“니 얼굴에 니가 놀라면 우야노.”
모자를 깊게 눌러써 그림자 진 얼굴은 차치하고 먼지에 피에‥. 땀은 또 얼마나 흘렸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이거 좀 죄송하네….”
모자를 벗어 땀에 전 머리를 한 손으로 대충 턴 동현이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 넘기고 종민을 살폈다.
“아니, 근데, 이 남자는 형 얼굴 보고 기절했는데요!”
“내가 뭘 했다고, 일단 업어라, 데려가게.”
“무턱대고 데려가도 돼요?”
“그럼 저 비실비실해가 픽픽 쓰러져 버리는 아가 위험하긋나.”
“음, 그렇네요.”
쉽게 수긍한 동현이 종민을 업었고, 그렇게 종민은 납치당했다.
“납치 아니거든!”
“놀래라, 갑자기 혼자 뭐꼬.”
“아, 아니에요. 빨리 가요.”
“으음‥.”
“깼어요?”
“힉!”
뭐야, 여기 어디야? 사무실? 소파? 으어?
“진정해요, 테러 현장에서 기절하셔서 데려온 거니까. 납치 아니에요.”
“기절이요? 아니, 그보다 누구시길래….”
“아, 잠시만요.”
씻은 지 얼마 안 된 건지 젖어있는 앞머리를 한 손으로 휙 들어 올린 남자가 웃어 보였다.
“이제 알겠죠?”
“아, 아까 그!”
뭐야, 아까는 웃는 게 섬뜩하더니 지금은 그냥 순박하네.
“아까는 죄송했어요. 안심하라고 웃은 건데 제가 그런 꼴인 줄은 몰랐어서….”
“아‥, 아니에요. 근데 여기는 어디….”
“회사 건물이에요.”
“회사‥?”
“회사라 해 봤자 사람은 둘뿐이긴 한데.”
몸을 일으켜 누워있던 소파에 얌전히 앉자, 남자가 옆으로 와 풀썩 앉았다.
“뭐 어디 아프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거나 하시는 건 없죠?”
“네,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아, 저는 김종민이에요.”
“아니에요, 제 일인걸. 저는 김동현이라고 해요. 아까 보고 기절한 사람은 강호동이라고, 우리 회사 대표예요.”
“동현아, 아까 그 사람 깼나?”
“바로 오시네. 네, 깼어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온 건지 아까와 달리 멀끔해진 강호동이라는 남자가 유리문을 밀며 방으로 들어왔다.
“괘않습니까?”
“아, 네. 구해주신 거죠? 감사합니다.”
“아입니다, 그게 저희 일이니까.”
“그게 일인 거라면‥ 정부 소속이신가요?”
“아, 그건 아니에요. 저희는 정부에 들어가길 거부해서 둘이서 회사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고 있어요.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스케이프의 김동현입니다.”
“이스케이프 대표, 강호동입니다.”
두 명이 동시에 악수를 권해와 어정쩡하게 양손으로 악수에 응한 종민이 천천히 손을 거뒀다.
“저는, 그, 그냥 평범한 회사 다니고 있는, 회사원 김종민입니다.”
“일반인인 거지예?”
“…. 네.”
…일반인‥. 일반인이지….
이 세상에는 초능력자가 존재한다. 능력의 종류는 개개인마다 다르며 그 능력의 수준치도, 다 다르다.
보통은 정부의 통제 아래 안전히 사용되어야 한다며 정부군에서 데려가는데…. 솔직히 초능력자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나 선망받았지, 이미 세상은 안정화되었고 더 이상 초능력자들이 소수도 아닌 지금은.
“근데 두 분은 왜 정부에 안 들어가시고‥?”
“그런 이름뿐인 단체, 별로라서예.”
“네?”
“반정부 단체가 오늘처럼 테러를 일으키든 말든 군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본인들의 명성을 위해서만 능력자들을 내보내죠. 보여주기식으로.”
“능력자들이 반항하면 지들이 끝나는 건 또 알아가 제어기라고 목줄같이 생긴 거 채우고서 감시하는데, 얼마나 짜증 나는지. 일주일 있다가 때려치우고 나왔습니다.”
보다시피 일반인들은 모르는 뒷모습이 존재한다.
“근데 두 분은 어떻게 나오셨어요? 쉽사리 보내줄 것 같진 않은데.”
“쉽게 보내주던데?”
“네?”
“그냥 친절하게 웃으면서 우리끼리 회사를 설립해 시민들을 더 가까이서 돕고 싶댔더니 보내주드라고.”
…. 알 만하다. 저 둘이 웃으면서 그러면….
“나와가 이 회사 만든 지는 10년이 훨 넘었는데, 보통은 모르지. 우리는 누구처럼 나서가 설치지 않으니께.”
“되게… 좋은 분들이시네요.”
“하하, 뭘요. 아, 이것도 연인데 말 놔요.”
“네? 아뇨, 괜찮.”
“그냥 편하게 말해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랑 잘 안 섞이다 보니 존대가 어색하다.”
“그건 형님이고… 저는 존대 잘 쓰고 있는데요.”
“뭐라꼬?”
“아닙니다.”
“…. 큽.”
10년도 넘었다더니, 둘의 자연스러운 티키타카에 종민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와 웃노.”
“둘이 사이가 좋아 보여서요.”
“예?”
“엉?”
“그럼 동현아, 말 편하게 하면 되지?”
“아, 네. 저도 그냥 형이라고 부를게요.”
“그래, 아, 근데 혹시 여기 위치가 어디쯤이야? 집 가서 좀 쉬고 싶은데….”
종민의 말에 동현과 호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 데려다줄게요.”
“아니, 그렇게까지는….”
“건물이 구석에 있어가 혼자 갈라 카면 힘들기다. 같이 가자.”
“아니, 아무리 그래도 바쁘실 텐데‥.”
몇 번의 의미 없는 말씨름 끝에 결국 셋이서 건물을 나가 나란히 걸었다.
“근데 저 종민이 형 처음 봤을 때 능력잔 줄 알았어요.”
“내가?”
“네, 묘하게 느껴져서. 테러한 놈들 기운을 착각했나 봐요.”
“근데 우짜다 거기 있었노.”
“아, 속이 안 좋아서 반차 쓰고 집 가고 있었어요.”
“하이고, 운이 안 좋았네.”
“그러게요, 운이…. 어?”
내가 운이 안 좋다고…? 그건 말이….
“와 그라노.”
“왜요, 어디 아파요?”
“아, 아니‥. 아니야.”
“저기.”
“흐갹!”
“동현아, 뛰지 말라고!”
“앗‥.”
뒤에서 갑자기 끼어들어 오는 목소리에 동현이 저 멀리 튀어 나가고 호동이 그런 동현을 호통쳤다. 복잡한 생각이 계속 드는 종민은 머리를 털어낸 뒤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봤다.
“으억!”
“왜 그러세요?”
“뭐꼬, 아직 아 같은데. 니 꼴이 와 그라노.”
“꼴이요? 아….”
이마를 슥 닦은 소년이 손에 묻어나오는, 채 마르지도 않은 피에 멋쩍게 웃었다. 마치 다친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저거 군 제복인데…. 아, 놀래라, 기척 안 느껴졌는데?”
“아, 죄송해요. 기척 지우는 게 습관이라서…. 길 좀 물으려고 했는데 놀라게 해드렸네요.”
“군 능력자가 와 여기 있노, 그것도 다친 채로.”
“아, 저 군 나왔어요. 가출이랄까. 다시 안 돌아갈 거니까 가출은 아닌가? 출가?”
저게… 아까 호동이 형이 말했던 목줄인가….
소년의 목에 위치한 초커처럼 심플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섬뜩한 목걸이를 가만히 보고 있자, 소년이 어색하게 손끝을 매만졌다.
손에도 있네?
“길 좀 물으려고요. 혹시 근처에 군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호텔이 있을까요?”
“와 그라는데, 사고 치고 도망?”
보통 군에서 도망 나온 이들은 군의 명령에 불복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기에 호동이 그 소년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많이 지쳐 보이고 다치기까지 한 그 소년이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서 종민이 호동을 말렸다.
“형, 아직 앤데….”
“능력자 중에 나이 안 먹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아니에요! 멀쩡히 나이 먹고, 지금은 19살이에요. 사고 친 건 아니고…. 군이 제 부모님을 죽였어요. 더는 그런 곳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아서…. 전 누구 죽이지 않았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거짓말은 아니네….
“형, 죄송한데 좀 있다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요.”
“어? 아니야, 괜찮아. 나보다는 어린애가 더 중요하지.”
“무섭지 않아요?”
“네?”
“왜, 표지훈 말이에요. 항상 웃고 있으면 뭐 해, 살상 능력 가지고 있는데. 심지어 가끔 정색할 때는 정말, 아니, 자기보다 형한테 그렇게 정색해도 돼? 싸가지가 진짜….”
“…. 살상 능력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뒤에서 까도 돼요?”
“에이, 말 안 하실 거잖아요? 착하다고 소문이 자자하신데.”
“혹시 모르죠, 듣고 있을지. 저도 소문처럼 착한 사람은 아니고. 다 됐어요. 가세요.”
“매정하셔라. 오늘도 감사합니다!”
치료가 끝나 멀끔해진 팔을 휘둘러 보던 이가 끝까지 쓸데없는 말을 하며 치료실을 나갔다.
“하…. 표지훈, 나와.”
“뭐야, 알고 있었어요?”
“그럼 모르겠니. 거기 숨어서 뭐 해?”
“동이 형 관찰?”
“쓸데없는 짓 한다, 또. 저 사람 말은 신경 쓰지 말고.”
“당연하죠. 내가 언제 저런 말 신경 쓰는 거 봤어요?”
나는 형만 있으면 돼요. 형만 나를 무서워하지 않으면 돼요. 자신의 이러한 의지를 동희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건만, 동희는 알만하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외에는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고, 고요했다.
고요 속에서 붕대와 거즈를 정리하는 동희를 가만히 보던 지훈이 동희의 소매를 살며시 잡았다.
“왜?”
“…. 아직 마음 안 변한 거죠?”
“그러는 너는?”
“알잖아요. 나, 여기 아니면 갈 곳 없는 거.”
“내가 있잖아.”
“…. 가야 해요?”
“응, 난 정부의 개로 지내는 건 이제 질렸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어기로 능력을 완전히 제어 당하고 치유 능력만을 허락받은 채 계속 치료만 해오던 동희는.
“가끔 가도 돼요?”
“하하, 나 반정부 단체 만들 거라니까? 정부군 소속이 반정부 단체에?”
이제는 지쳤다. 각종 말도 안 되는 가스라이팅과 정신적 학대를 해대는 이곳이. 더 짜증 나는 건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 자신이었다. 반항할 힘도 없는, 자기 자신이었다.
“안 되나?”
“그러지 말고 너도 같이 가자니까.”
“부모님도 날 버렸어요. 난 여기가 아니면 안 돼.”
“…. 그렇게 학대받아 놓고?”
“학대라니, 다 날 위한 거였잖아요.”
…. 진실을 말할 수도 없고…. 그냥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나.
조용히 지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동희가 미리 빼돌렸던 열쇠를 지훈에게 내밀었다.
열쇠도 참, 이상하게 생겨 먹었다니까.
“도와줄 거지?”
“….”
군말 없이 제어기 푸는 걸 도운 지훈이 가만히 웃었다.
“잘 가요.”
“언제든 와, 이왕이면 어디 한 곳 잘못되기 전에.”
“에이, 내가 다칠 일이 뭐가 있다고. 형이야말로 조심해요.”
“…. 손 식히고. 미안해, 먼저 가서.”
“아니야, 형을 위한 거잖아요. 얼른 가요, 곧 CCTV 고장 난 거 알고 다들 몰려올 거예요.”
잠시 망설이던 동희가 의사 가운을 벗고 로브를 뒤집어썼다.
“안녕.”
“또 봐요.”
동희가 떠난 동희의 공간. 더는 좋아할 수 없을 그 공간.
그곳에 가만히 서서 주인 잃은 제어기를 주머니에 넣고 열쇠는 약간의 압력을 가해 가루로 만들어 날려 보냈다.
“능력자 번호 012, 표지훈.”
“….”
참, 하나뿐이던 형이 떠났는데 감성에 젖을 시간 좀 줄 것이지.
총을 들고 몰려든 간부들에 지훈이 피식 웃었다. 동희 앞에서 보이던 수한 웃음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웃음이었다.
“586번은 어디 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012, 장난 아닌 거 알 텐데.”
“나도.”
웃음을 지운 지훈의 표정에 간부 하나가 몸을 떨었다.
“장난 아닌데.”
“012번!”
“나한테 그렇게 소리 높여도 돼요? 알잖아. 이딴 거, 나한테 안 통해.”
지훈이 검지로 자신의 목에 걸린 제어기를 살짝 잡아당기며 웃었다.
손에서는 연기가 났고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지훈은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여전히 웃고 있었다.
“…. 586번이 어디 갔는지만 말하면, 윽!”
“모른다니까.”
순식간에 자신의 눈알을 노리며 날을 반짝이는 가위에 간부가 헛숨을 삼켰다.
“어차피 당신들 그 사람한테 별로 관심 없잖아. 그쪽이 내 진정한‥ 제어기라서 데리고 있었을 뿐.”
아, 벌써 보고 싶다. 동이 형….
제어기 좀 건드렸다고 빨갛다 못해, 까맣게 화상 입은 손가락을 감정 없는 눈으로 보던 지훈이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날 제어하고 싶다면 찾지 마.”
“….”
“덤빌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당신네들 10명이 덤벼도 안 되니까.”
치료실을 벗어나자, 직원 하나가 빠르게 붙었다.
“뭐죠?”
“방까지 모시겠습니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쯧, 좀 쳐다봤다고 저렇게 떨면서 무슨.
“하지만이고 뭐고. 필요 없다니까. 가 봐요.”
동이 형은 가는 순간까지 내 걱정이나 하던데…. 좀 미안하네. 이런 동생인 줄 몰랐을 건데.
방으로 가 침대 위로 엎어진 지훈이 가만히 누워있다가 주섬주섬 제복 안 주머니에서 사진 하나를 꺼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나 더 못 버틸지도 몰라….”
“그래가 우예 됐는데?”
“그냥 나왔는데요?”
“으엉?”
“에?”
“네?”
다들 놀라는 반응에 지훈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전 제어기가 제대로 안 통해요. 목은 물론 손목, 발목에도 채워뒀지만,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능력을 쓸 수 있어요. 능력 제어보다는 폭주를 막는 용도죠. 그래서 진짜 제 제어기는 동이 형이라고 판단했나 봐요. 친형처럼 따랐거든요. 그런 제어기가 사라졌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래가 니를 죽일라 캤다고? 고작 그런 이유로?”
“고작이 아니죠. 자기네들 목숨이 걸린 일인데. 물론 저도 죽고 싶지는 않아서 먼저 선수 치고 나왔지만.”
자기를 괴롭히던 이들이, 동시에 무서워하던 이들이 결국엔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이야기를 그저 웃으며 하는 지훈에 호동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 얘기는 또 뭔데.”
“버렸다는 거, 진짜야?”
“설마요. 능력자를 자기네들 꼭두각시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얼마나 싫겠어요. 돈으로 해결되는 사람은 돈으로, 안 된다면 방법은 뭐겠어요?”
“….”
“내가 각성하는 바람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잖아요. 그뿐, 저희 부모님은 절 버리지 않으셨어요.”
“니는!!”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호동에 종민이 작게 웃었다.
아까 경계할 때는 언제고, 본인 일처럼 화내주시네. 이런 능력자들만 있었다면 세상은 더 깨끗했을 텐데.
“그라면 그냥 그 동희? 가 나갈 때 같이 나갔어야지! 뒤늦게 나간답시고 머리 한 대 내어주는 바보가 어딨노! 피를 그렇게 흘리는데 아프지 않다는 말이나 하고, 어유, 답답해.”
“헤헤‥, 하지만 저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걸요. 그리고… 제가 동이 형을 따라서 나갔다면 그 사람들은 동이 형을 막았을 거예요.”
한국에서, 아니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할 초능력자인 그지만, 고개를 숙인 채 손끝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그저 상처받은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다.
“그냥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의지했을 뿐인데…. 그게 틈을 내어준 거예요. 형은 제 약점이 됐고, 제가 형 발목을 붙잡게 된 거예요. 제가 형을 따라가겠다고 나섰으면 형은 자유를 찾지 못했겠죠.”
아직 아이일 뿐인데, 수능이라는 것에, 공부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나이인데. 자신을 시기하는 이들이 아니라, 장난치는 친구들을 상대해야 할 나이인데. 자연스러운 그 시간을, 커가는 그 과정조차 기다려주지 못한 어른들 탓에.
너무 일찍 커버렸고, 너무 일찍 지쳐버린 그 아이가 불쌍해서. 평소의 종민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장갑을 벗은 손으로 지훈의 손을 잡자 놀란 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종민을 쳐다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그리고 조금의 행운이라도 지훈의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서. 종민은 평소보다 더 밝게 웃었다.
금빛…. 역시 이 사람이 필요해….
종민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금빛의 아지랑이를 멍하니 보던 지훈이 종민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저 좀 도와주세요!”
“어, 엉?”
“정신 계열 능력자시잖아요? 동이 형 찾는 것 좀 도와주세요!”
“응? 무슨 소리야, 종민이 형은 일반인이라고….”
“네? 무슨 소리세요, 이렇게 강한… 아…. 혹시 비밀이었을까요‥?”
“하… 하하….”
자기가 잘못한 거냐고 울망거리는 애를 두고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이제 와 모르는 척하는 것도 늦었다는 걸 직감한 종민이 조용히 지훈에게 붙잡힌 손을 빼 얼굴을 묻었다.
“죄송… 합니다….”
“아니야….”
“뭐야, 종민이 형 진짜 능력자였어요?? 어쩐지, 분명 내가 살짝 느꼈었다니까!”
“아니, 니는 와 그런 걸 숨기노.”
“그야‥ 일반인이고 싶으니까요.”
어느새 다시 장갑을 낀 종민이 자신의 손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깊게 묻었다.
“맞아요, 능력자. 정신 계열인 것도 맞고. 근데, 사람을 찾아주진 못해. 그런 쪽으로 특화된 능력은 아니니까.”
“하지만 강하잖아요!”
“그런 걸 다 아는 거야?”
“네? 네‥. 그냥 보여서…. 종민이 형도 자연스레 느껴지지 않아요? 같은 능력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동현에게선 쇠 빛의 아지랑이가, 팔짱을 낀 채 한발 물러나 있는 호동에게선 빨간빛의 아지랑이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복잡해 보이는 종민에게선 금빛의 아지랑이가 보였다.
모른 척하기도 쉽지 않은 아주 밝고 선명한 금빛이.
“왜… 숨기는 거예요?”
“별 이유 없어. 애초에 대단한 능력이 아니었거든. 그냥 남들보다 운이 좀 좋은 정도?”
아, 어쩌면…. 내 능력에 문제가 생겨서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 난 여전히 운이 좋은 거일 수 있겠구나….
언제나 털어놓을 곳을 원해왔으니까…. 가족에게도 털어 넣을 수 없는 이 저주일지, 축복일지 모를 능력을. 하소연할 곳이 필요했으니까.
손가락을 매만지던 종민이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운이 너무 좋아서,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졸지에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들여다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어. 그게 다야, 그냥 남들보다 운이 좋고, 남들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내가 그동안 숨겨오던, 그 버겁던 마음이, 이렇게 말 몇 자로 털어놓을 수 있는 거였나.
하하…. 우습네….
“근데 어떻게 정부에 안 끌려갔어요? 이 정도 능력치면 그쪽에서 눈치챘을 텐데?”
“아…. 일반인으로 남고 싶어서, 그냥 슬쩍 장갑 벗고 악수 청했지.”
“….”
“…. 와….”
“이놈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놈이었네….”
“아니, 웃음으로 협박한 사람이랑, 머리 한 대 내어주고 깽판 치고 나온 사람한테 그런 반응 받고 싶진 않거든요!”
“푸흐, 하긴, 내가 제일 답도 없구나….”
종민과 마찬가지로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지훈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정신 계열이라서 좀 믿었는데…. 그냥 여기저기 찾아보는 수밖에 없나….”
“아, 근데.”
“네?”
“그 동이라는 사람‥ 혹시 좀 복슬? 한 머리에 검은색 모자 달린 로브 뒤집어쓰고 있어? 사람 얼리는 능력에?”
“어‥.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을 거예요. 사람을 얼린다기보다는 혈관 속에 흐르는 혈액을 얼려서 죽이는 느낌의 능력이에요. 왜요?”
지훈의 설명에 잠시 생각해 보던 동현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음‥. 나 그 사람 본 거 같은데.”
“네??? 어디서요?”
“어디서래도‥ 그거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며칠 전이었을 거야. 근데 지훈이 네가 한 말에 의하면 반정부 단체를 만든다고 했다며? 그 사람은 혼자 다니는 거 같던데….”
“일단 말해 봐요!”
“호동이 형, 이제 돌아가면 될, 윽!”
오늘은 어디 날뛰는 반정부 집단 없나 대충 순찰을 끝내고서 골목으로 들어서던 동현이 로브로 얼굴을 가린 한 남자와 부딪혔다.
“아.”
“괘않나?”
“아, 네. 윽….”
“죄송합니다.”
“아, 괜찮‥.”
괜찮다는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지나가 버리는 남자를 보고 동현이 티 나지 않게 인상을 찌푸리며 슬쩍 코를 틀어막았다.
저렇게 짙은 살기가 가득한 능력은 또 오랜만이네…. 저대로 둬도 되는 건가.
“와 그라노 동현아. 어데 아프나?”
“아니, 아니에요.”
형은 안 느껴지나 보네…. 그럼 그렇게 낮은 능력치는 아니라는 거고‥.
“형, 저 사람 테러 집단일 수도 있겠어요. 따라가 봐요.”
동현의 속삭임에 호동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빠르게 도약해 건물의 옥상을 넘나들었다.
“어데 가는 거 같노?”
“전혀 모르겠는데요? 저기는 번화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의 주요 건물이 있는 곳도 아닌데.”
“능력은.”
“아무래도 살상‥ 계열인 것 같아요.”
남자를 계속 따라갔지만, 별다른 위협적인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가 도착한 곳에는 그저 평범한, 작은 남자 한 명만이 서 있었다.
“동희 형!”
“병재야, 오랜만이야.”
“지금 오랜만이라는 말이 나와요?? 갑자기 연락 와서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예요? 연락은 왜 안 되고?”
“그게‥ 나 각성했거든. 그래서 정부에 조금. 지금은 탈출한 상태야.”
“네??? 형이 각성이요???”
뭐야, 반정부가 아니라 정부 출신이야? 제어기는 안 보이는데…. 제어기도 없이 탈출한 상태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네….
“저 수염 난 남자는 뭐 특별한 구석 있어 보이나?”
“모르겠는데요…. 정신 계열? 아니, 아닌가‥. 냄새가 희미해서 잘 모르겠어요. 둘 다 현재는 정부 소속 아닌 거 같죠?”
별로 위험해 보이진 않는 둘은 어떻게 해야 하나, 둘이서 머리를 굴리는데 멀리서 몰려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건 또.”
“정부군인데?”
“586번, 위치 파악 완료. 지원 요청 바람.”
“…. 뭘 그렇게 딱딱하게 불러요. 누가 보면 죄수 번호인 줄 알겠어.”
“586, 너는 현재 죄수의 신분이 맞다.”
“아, 그렇네. 근데, 나 지금 제어기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웃음이 묻어있었지만, 제어기가 없는 자신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건 아는 건지 로브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내가 몇 년간 제어기를 차고 살았더니, 오히려 능력 제어가 잘 안되더라고.”
“죄수 번호 586.”
“와, 이제 진짜 죄수 취급이네. 뭐, 지금까지라고 좋은 대접을 해 준 건 아니었지만.”
“뒤에는 또 뭐야. 허, 정부의 위상이 떨어졌나? 능력자가 정부에 등록도 안 하고 일반인인 척 돌아다니다니.”
정부군이 병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자, 동희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병재를 보호하듯 섰다.
“꼴에 능력자라 이건가?”
“말했잖아요. 제어기 없는 게 어색해서 능력이 마음대로 써진다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 것 같나, 586?”
“내가 지훈이한테 묻혀 살아서 그렇지, 이렇게 무시당할 능력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래도?”
정부군의 공격이 동희가 아닌 병재에게 향해 동현이 당장에라도 끼어들 수 있게 몸을 움직였으나, 호동이 그런 동현을 제지했다.
“형!”
“우리의 존재 조건, 잊었나.”
“….”
“동현아.”
“알아요, 안다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정부를 방해하지 말 것. 정부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고, 말 얹지 않을 것.
그 거지 같은 조건 때문에 지금껏 구하지 못한 사람이 몇 명인데, 또!
짜증 난 동현이 옆에 있던 벽돌을 내려치자, 벽돌이 산산조각이 났지만, 동현의 손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동현도 호동도, 박살 난 벽돌을 자연스럽게 넘기고 마저 그들을 지켜봤다.
“형, 진짜 저대로 둬요? 네?”
“일단은 믿어 봐야지, 저 로브 쓴 남자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리고 저 사람이 진짜 죄수면 또 어쩌게.”
“그치만…. ”
“병재야, 괜찮아?”
“더럽게 아프다는 것만 빼면요….”
병재를 향한 공격을 빠르게 쳐내고 병재를 품에 들어 보호한 동희의 시선이 정부군을 향했다.
흘러내린 로브의 모자, 드러난 동희의 눈동자.
푸른 빛이 은은히 맴도는 그 눈에, 정부군이 몸을 떨었고 동희가 비소를 날렸다.
“당당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겁쟁이였네.”
“586!”
“아까부터 숫자 외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당장 투항하면 목숨만-!”
“시끄럽다고.”
가장 선두에 있던 자의 몸이 소리치던 그대로 굳어버리자, 뒤에 서 있던 자들이 주춤, 몸을 물렸다. 그러나 곧 다시 동희를 둘러싸기 위해 다가갔다.
“하, 용기는 가상하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 것인지, 완전히 드러난 눈동자로 정부군을 똑바로 바라보며 동희가 표정을 굳혔다.
“가까이 오지 마시죠.”
“586, 지금이라도 얌전히 인질을 내려놓고 물러선다면.”
“인질은 무슨, 자기네들이 일반인 위협한 건 쏙 빼먹네. 인질은 내가 인질이었지, 지훈이의. 기억 안 나나?”
슬쩍 올린 고개와 한순간 빛난 눈동자.
“…. 방금 저희 눈 마주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있는 거 알았는 갑지. 쟈 능력치면 불가능한 일도 아일걸.”
“소름 돋네….”
다시 고개를 내린 동희가 로브를 고쳐 쓰고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저희, 이제 그만 끝내죠. 이딴 악연은.”
눈을 마주치면 능력이 발동되는 것은 어쩌면 무차별적으로 능력을 쓰지 않기 위해 스스로 준 디버프였던 것인지.
병재를 들고서 한 발을 내딛자, 모든 정부군의 몸이 굳었다.
“혈관은 안 굳혔으니 안심하시길. 그럼.”
순식간에 사라진 동희에, 벙쪄있던 동현과 호동도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정부군과 엮이는 일만은, 피하고 싶기에. 정부군에게 말고는 위험이 될 것 같지 않았기에.
“병재 형 알아요! 각성 전에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라고, 사진도 몇 번 보여줬어요. 아, 다행이다…. 무사하구나….”
“그렇게 소중히 생각하는 형이 사람들을 공격했다는데, 괜찮아?”
“정부가 형한테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하긴, 얘기만 들어보면 거기가 감옥이다, 야.”
“근데 형,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생각에 잠겨있다가 동현의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든 호동이 지훈을 가만히 쳐다봤다.
“어….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 지훈아.”
“네?”
“우리랑 일 안 할래.”
“일이요…?”
“우리가 그동안 지켜주지 못한 사람이 좀 많다. 정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그 알량한 약속 하나 때문에.”
그 말을 하며 호동이 책장 쪽으로 걸어가 금고를 열더니 종이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정부 소속의 능력자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그 조건들이 나열되어 있는 문서였다.
그 조건 중 가장 위에 적혀있는 1문항이, 호동이 형이 말한 약속이겠지. ‘정부가 하는 일에 간섭, 혹은 방해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시 비공식 사형에 처한다.’
문서 밑단의 서명란에는 지장이 찍혀있었다. 강호동이라는 석 자 옆에 선명하게.
아마, 살을 베어내 찍었을 혈흔 지장이.
“….”
“당시에는 저런 조건을 왜 내거는지도 몰랐고, 정부가 뭐 나쁜 일을 하겠나 싶어서 그냥 대충 넘겼다.”
“그렇게 넘겼던 게, 지금까지 우리 발목을 꽤 많이 잡았어.”
“아….”
“근데 너 같은 어린아까지 함부로 대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가만히 있어가 되겠나.”
“….”
강요하는 건 아니라는 듯, 지훈의 머리 위로 얹어진 손은 그저 부드럽게 몇 번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니도 니 자유를 찾고, 가도 가 자유를 찾고. 나쁜 조건은 아니지 않겠나.”
“…. 아저씨는요?”
“엉?”
“아저씨한테는 무슨 이득이 있어서, 나서려 하시는 거예요?”
“꼭 이득이 있어야만 나서는 거겠나, 사람 살리는 일인데.”
“사람이라는 족속이 원래 그렇잖아요.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만 움직이고,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든 눈 감는 거. 그게 사람이잖아요.”
이 어린애가 그동안 어떤 사람들만을 만나왔는지 알 것 같아서, 어떤 눈빛을 받아왔을지 알 것 같아서. 하지만 동시에 그 마음에 새겨진 상처의 깊이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어서. 호동은 더욱 착잡해져, 입술을 살짝 짓씹었다.
“그럼 그냥, 죄책감 더는 거라고 생각해라.”
“죄책감이요?”
“그동안 지키지 못한 목숨들에 사죄하고, 내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
“….”
호동을 가만히 보던 지훈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래요.”
“뭐라꼬?”
“할래요. 아니,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고개를 들며 말하는 지훈의 눈빛은 무언가를 굳게 다짐한 듯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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