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1)

어서 와 2024. 1. 6. 22:50

동떨어져 있을 때는 한 방울의 물이지만, 모이면 하나의 바다를 이룰 것이다, , , , - 탈출!”



근데.”

와 그라노.”

“SSA는 대체 뭘 하는 곳인 거예요?”

 

신동의 의문에 다들 눈치만 볼 뿐, 그 누구도 어떠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 오늘은 SSA가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쟈.”

제 생각도 그렇긴 해요.”

오늘은 그냥 돌아갈까?”

 

이미 위험성 파악을 끝냈으면서 평소 의견 대립이 심하던 이들을 골라 계속 미래대에 남겨 결국 죽게 두고.

 

힘없는 교도소장에게 시체를 조달하라 협박하고.

 

연구소의 악몽과 좀비에게서 겨우 구출한 아이를 다시 연구소로 보내버리고.

 

빵공장을 터트리며 회수한 가루를 악용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무책임하게 교도소 전체에 바이러스를 흘리고.

 

회수한 폭탄을 개조해 더욱 위험한 무기를 만들고.

 

선한 조직이라고 봐주려 해도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행보들에 허탈한 웃음조차도 지을 수가 없었다. 웃음은커녕, 그 어떤 소리조차도 내지 못했다. 너무 손쉽게 바스러져 버린 생명들이 참담하여.

 

돌아가자.”

이 폐별장, 들어올 때부터 싸하더라.”

 

폐별장 이라기보단 별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던 듯, 모든 가구가 하나같이 깨끗했으나 낡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오간 흔적은 있다니. 마치 눈속임을 위해 겉만 별장으로 꾸민, 다른 목적을 위해 지은 건물 같지 않은가. 게다가 여러 번 보수 작업을 한 것인지 유난히 새것 같은 가구가 있다거나, 벽의 일부분만 색이 비슷하지만 확연히 달랐다. 아마도 무언가’를 가리고 치우기 위해 진행된 보수 작업일 테고…. 유난히 가라앉은 병재의 눈이 채 없애지 못한 핏자국과 총알에 파인 자국을 담았다. 까득, 아무도 모르게 입 안의 여린 살을 거세게 깨물었다. 피가 터져 나왔지만, 병재의 눈은 그 자국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평범한 곳은 아닐 것 같았는데 이런 정보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애초에 처음부터 상대가 누군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명령을 따른 것부터가 저희한테도 잘못이 없다고는 못 하겠네요.”

처음부터 들으면 안 됐네.”

“우짜겠노, 이미 일어난 일인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

 

!

 

뭐꼬, 이 뭔 소리고!”

뭐야, SSA 요원 아니에요?!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몇 개 있지도 않은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총성이 들려왔다. 그에 그치지 않고 탈출러들이 있던 좁은 침실로 들이닥치는 요원들에 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 뒤에 서 있던 피오가 앞으로 튀어 나가 형들을 지키듯 섰다. 그들을 대신하여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본능이었다.

 

! -.

 

살을 꿰뚫는 소리가 들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아니, 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수준의 고통에 피오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어째서인지 뿌연 시야 너머로 놀란 형들의 얼굴이 보였다.

 

피오야!”

, 피오야!”

흐극‥ 괜찮….”

 

-!

 

형들이 놀라는 사이에도 피오의 몸 여기저기에 총알에 박혔고 호동과 동현이 뒤늦게 앞으로 튀어 나가 요원들을 제압했지만.

 

!”

!”

“아윽!”

 

맨몸인 둘이서 총 든 요원 열댓 명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피오야, 피오야. 눈 좀 떠봐, ?”

 

신동과 병재가 쓰러진 피오를 침대 위로 옮겼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버린 탓에 천천히 눈이 감겼다. 눈을 뜨려고 해도 무거운 눈꺼풀이 도저히 들리지 않았다. 완전히 눈이 감기기 전, 마지막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 꼬ㄱ사라야.”

 

말도 안 되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내뱉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내뱉으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여.

 

그러나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 마지막으로 보인 건 피를 튀기며 쓰러지는 형들이었다.

 

차가운 물방울과 뜨거운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툭, 떨어졌다.

 

. 형들이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더 피오라고 불러줬으면.


피오야, 너 괜찮아?”

 

이건. 동이 형 목소린데.

 

천천히 눈을 뜨자 눈이 시려 아파올 정도의 강한 햇빛이 들이닥쳤다. 솔직히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고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는 기분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햇빛이 강하다, 외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럴 정신이 없었고, 그럴 체력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햇빛이 들지 않던 그 폐별장은 아닐 것이다. 아니기에, 형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햇빛에 눈이 아프다는 감각을 느끼는 거겠지, 그래, 그런 거야.

 

거기까지 생각한 후 느낀 감정은 안도였다. 다행이다, 나도 형들도 죽지 않았구나.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나 봐. 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자각한 후에는 병원에 가는 도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괜찮았다. 살았다는 것은 똑같으니. 피오는 뿌연 시야 속에서도 조금 신난 목소리로 형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 지금 병원 가는 거예요?

“어? 갑자기 병원을 왜 가? 우리 SSA한테 부탁받아서 폐별장 가는 중이잖아. 계속 끙끙거리던데, 악몽이라도 꿨어? 아니면 아픈가? 병원 가고 싶어?”

 

?

 

동이 형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살아 나와서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옥으로 가는 중이라고? 순식간에 선명해진 시야가 담은 것은 정말로, 아까라고 기억하는, 폐별장에 가기 위해 SSA가 준비해 준 차 안의 풍경이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피오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라 흘러내리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선명해졌던 시야가 다시 뿌옇게 변했지만, 피오는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눈물만을 흘렀다.

 

악몽이라고? 그게? 그 선명한 통증이?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이…? 전부…? 아니야, 꿈이 아니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시간을 돌아와 살아있는 것이지? 꿈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피오야, 너 울어?”

, 운다꼬? , 와 그라노 피오야.”

 

정말 만약에, 진짜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가 정말 살아서 시간을 되돌아온 것이라면. 내가 지금 해야 할 건 우는 게 아니지 않나? 단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긴 거라면, 바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형들을, 살려야해. 급속도로 현실로 내던져진 피오가 눈가를 벅벅 닦으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들, 진짜 죄송한데 별장 안 가면 안 돼요?”

 

기회를 더 주셔서 감사해요, 무사히 살아나가면 진짜 저 평생 신 믿고 살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마지막까지 무사히 나갈 수 있게 해 줘….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되뇌며 피오가 옆에 앉은 신동의 팔을 붙잡고 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진짜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요. 아니, 가면 안 돼요. 안 되는 거예요. SSA를 믿어서는 안 됐어요, 저희가, 저희가 바보였던 거예요. 당장 돌아가야 하는-!”

표지훈!”

.”

들어준다, 형들이 언제 니 말 안 들어준 적 있나? 고마 진정 좀 해라, 니 그르다 과호흡 온다.”

.”

“그래, 지훈아. 무슨 꿈인데? 왜 그렇게 무서워해. 일단 말해 봐.”

“꿈이 아니에요, 진짜 제발. 갔다가 저희 다 죽을지도 몰라요.”

 

다들 걱정의 말을 건네고 천천히 등을 쓸어주는 다정함은 정말 좋았지만, 다정하게 대해준다는 것이 곧 신뢰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형들은 지금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 좀 전의 총성을 기억하는 건 나뿐이므로. 하지만, 다음도 있을 거란 보장은 없는데. 이게 마지막 기회라면, 이번에 형들을 살리지 못하면 영영 잃어야 한다면, 어떡하지? 나는 그거 못 견딜 거 같은데. 나는 그거 또 못 보는데…. 형들이 어떡해야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아아, 근데 나 같아도 갑자기 자던 애가 일어나서 목적지로 가지 말라고 하면 쟤가 왜 저러나 싶겠다! 그렇다고 죽을 걸 뻔히 알면서 걸어 들어갈 수도 없고! 진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방법에 머리를 헤집다가 고개를 들자,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를 보고 있는 병재와 눈이 마주쳤다.

 

?”

 

형은. 날 믿어주는 건가.

 

.”

.”

. 악몽, 많이 무서웠나 보네.”

 

하지만 언제 심각했냐는 듯 웃으며 말하는 병재에 피오도 포기했다. 당장에 형들이 자기를 믿게 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SSA가 우리를 죽일 이유가 없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일단 자신이 생각했을 때 SSA가 자신들을 죽인 이유는, 우리가 폐별장에서 SSA에 대한 알아선 안 될 더러운 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게 이유라면, 폐별장에는 가도 돼. 가서 그냥 형들이 그 비밀을 알 수 없게 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SSA는 우리를 굳이 죽이려 들지 않을 테니까…. 살 수… 있을 거야.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피오가 힘겹게 웃었다.

 

죄송해요. 꿈이 너무 리얼해서 순간 놀랐나 봐요.”

 

피오의 말에 안심하고 괜찮다 말해주는 형들을 보며 입안의 여린 살을 세게 깨물었다.

 

형들을 지킬 수 있을 거야.

형들을, 지켜야 해.

 

힘없이 의자에 몸을 묻자 괜스레 총알에 꿰뚫렸던 곳들이 시큰거리는 기분이었다.

 

머리 아파.

 

그 상태로 잠시 쉬다 보니 차가 빠르게 별장에 도착했다.

 

더 쉬고 싶은데.

 

차에서 내리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

피오야? 왜 그래?”

. 아니에요.”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일까, 아까는 느껴지지 않았던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가 SSA에 대해 알아버리는 것이 그렇게 걱정됐으면, 이렇게 많은 감시자를 깔아 둘 거면.

 

그냥 알아서 해결하지.”

“SSA? 역시 계속 시키는 대로 하는 거 좀 짜증 나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동이 하는 말에 피오가 어색하게 웃었다.

 

“SSA 싫어요.”

 

지금까지 계속 우리한테 일 시키고서 감시하고 있던 건가. 이딴 게 어떻게 국가 단체야.

 

피오가 뭐 이렇게까지 싫다고 말하는 거 처음 보네.”

“SSA는 싫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할 수 없단 걸 알기에 얌전히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부터 가 볼까?”

 

종민이 2개의 문 중 왼쪽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기서 처음으로 SSA가 정당한 단체가 맞냐고 의심하기 시작하지. 반면 저기는 아무것도 없었어. SSA가 맡긴 사건의 단서만 나올 뿐.

 

오른쪽부터 가는 게 어때요? 왼쪽 문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워요.”

그래도 깨끗한 곳부터 가는 게 안 낫나? 문이 망가져 있으니까 좀 불안한데.”

“지도 보니까, 별장 구조가 좀 특이해요. 방끼리 이어져있어서 오른쪽으로 가면 돌아서 왼쪽으로 나오게 돼요. 오른쪽부터 가봐요. 어질러진 곳에 단서가 더 많은 법이잖아요.”

피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함 가보자.”

 

혹시 형들이 왼쪽 문을 열어버릴까 봐 피오가 급하게 병재 손을 잡고 오른쪽 문으로 가 문을 벌컥 열었다.

 

!”

뭐야!”

그냥 장난이요.”

, 하지 마아!”

 

신동의 장난에 다들 웃으며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

 

, 여기 단서 많은데?”

피오 오늘 감 좋네-.”

 

넘치는 단서들에 다들 정신없을 때 슬쩍 방에서 빠져나온 피오가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SSA에 대한 정보들이 있던 곳을 찾아보자, 기억에서와 똑같이 자료들이 나왔다.

 

. 꿈이길 기대했는데.

 

입술을 짓씹으며 자료들을 알아볼 수 없게 잘게 찢었다. 형들이 혹시 발견하더라도 이건 단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그러고는 찾기 힘든 구석구석에 숨겼다.

 

. 형들을 지킬 거야.”

 

형들이 자기가 없어진 걸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형들에게 돌아간 피오가 단서 찾는 것을 도왔다.

 

여긴 다른 게 또 안 보이는데요?”

그럼 다음 방으로 넘어가자.”

 

일반적인 별장이라기엔 방끼리 전부 연결된 구조와 SSA가 준 지도와는 미묘하게 다른 배치들에 다들 의문을 가지면서도 착실히 길을 따라 단서를 찾았다.

 

그 사이 피오는 병재가 잠시 내려둔 단서 뭉치에서 단서 하나를 가져가 옷 속에 숨겼다.

 

, 여기 아까 그 왼쪽 방이지? 진짜로 다 연결돼 있었네. 난 사실 지도가 가짜인 줄 알았어. 이런 별장이 어디 있겠냐고.”

그니까요. 진짜 특이하게 생겼네.”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방을 열심히 뒤지던 이들이 하나둘 의자에 주저앉았다.

 

피오 감 진짜 좋았네.”

“우째 단서 하나가 안 보이노, 그쟈?”

일단 지금까지 찾은 단서들만 좀 연결해 볼게요.”

 

책상에 단서를 펼쳐두고 차례차례 정리하던 병재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문제 있어요, ?”

단서 하나가 안 보여서. 어디 떨어트렸나?”

제가 찾아보고 올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니 혼자? 같이 가는 게 안 낫나.”

에이, 이미 다 둘러본 곳인데 위험한 거 있겠어요? 혼자 후딱 갔다 올게요.”

위험하면 소리 질러. 달려갈게.”

“동현이 형이 그런 말 해 봤자 안 믿어요.”

“퍽이나 동현이 형이 달려가겠다.”

“아, 왜애-.”

“크큭.”

 

태연하게 형들이랑 장난을 몇 번 주고받던 피오가 혼자 방에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온 피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2층으로 올라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료들을 찾아 없애고 옷 속에 넣어뒀던 단서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형들이 있을 방으로 갔다.

 

저 너무 늦은 거 아니죠?”

 

문을 열자 보인 건 어떤 걸 중간에 두고 둘러앉아 이것저것 말을 주고받는 형들이었다.

 

뭐 찾은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부러 더 크고 밝게 말하며 형들에게 다가갔다.

 

“뭐 봐요?”

, 피오야. 찾았어?”

, 좀 구석진 곳에 떨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좀 늦었어요.”

용케 찾아왔네, 잘했어. 근데 피오야, 이것 좀 봐봐.”

 

병재가 몸을 뒤로 물리자 형들이 보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찢은 듯 엉망으로 찢어진. 내가 찢었던 그 자료들이었다.

 

뭘 찢은 듯한 게 좀 많던데, 이게 뭘까?”

에이,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찢어져 있는데. 설마 단서겠어요?”

 

제발. 글자 보이는 부분 있으면 안 되는데.

 

다행히 열심히 찢었던 탓에 글자가 보이지도, 연결할 수도 없는 종이에 다들 곧 신경을 껐다.

 

피오가 찾아온 것까지 단서를 한 번 읊어 정리하고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다 찾은 거 같은데, 2층으로 갈까요?”

가 보자.”

근데 뭔가 오늘 너무 쉽지 않아요? 서랍이나 그런 것도 다 열려있고, 문제 푸는 게 없는 느낌인데.”

, 저도 그 생각했는데!”

 

. 제발 아무것도 눈치채지 말길.

 

피오야, 어디 불편해?”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까 자료를 없애기 위해 왔을 때는 너무 급해서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2층에 발을 들이자 속이 더부룩해졌다.

 

여기부터 들어가자.”

 

가장 앞쪽에 있는 침실로 들어가자 피오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너 괜찮은 거 맞아?”

 

아까 죽었던 곳.

 

피오, 니 어데 아프나?”

 

진정하자, 진정해.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면 되잖아. 지금은 티 낼 때가 아니야. 약하게 굴지 마. 당장은 형들을 무사히 여기서 빼내는 것에 집중해야 해.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피오가 웃어 보였다.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냄새가 너무 나서. 저 괜찮아요.”

진짜 그게 다야? 어디 아픈 거 아니고?”

아프면 괜히 참지 말고 말해.”

에이, 진짜 괜찮아요. 저 비위 약한 거 알잖아요. 냄새가 너무 심해서 그래요.”

 

계속 걱정하는 형들을 겨우 안심시키고 다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종이 찾아오고 연필 찾아오고, 도움을 주며 프로 보필러로서의 역할에 임하고 있는데.

 

! 타탕!

 

어김없이 총성과 함께 좁은 침실로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 뭐꼬!”

너희 먼저 뒤에 문 열고 나가!”

 

옆에 있던 동생들을 끌어당겨 몸으로 보호한 호동과 동현이 요원과 대치하는 사이 다음 방으로 연결된 문을 열고 종민과 신동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하지만 피오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이번에는 SSA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지도 않았잖아. 근데 왜. 왜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 우리가 뭘 잘못해서? 죽여도 나만 죽여야지, 나만 봤는데. 왜, 대체 왜. 왜 우리를, 내 형들을, 왜….

 

“왜!!!”

“피오야?!”

“니 뭐하노, 빨리 도망 안 가고! 죽고 잡나!!!”

 

피오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사이에도 호동이 계속 도망가라고 소리쳤지만, 피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도망치라는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조차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웠고, 어김없이 들이닥친 저 요원들이 너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때 도망가려다 되돌아온 병재가 피오를 잡아끌었다.

 

그러나 요원의 수는 너무 많았고, 심지어 멀리서는 종민과 신동의 비명이 들려왔다.

 

도망조차, 갈 수가 없었다. 단 몇 명만이라도, 살 수가 없었다.

 

. 아아. 결국은. 결국은 형들이 죽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조심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더 말을 잘하는 편이라서. 애초에 별장에 오지 않게 유도했더라면.

 

자책하는 사이 요원 한 명의 총구가 피오를 향했다.

 

하지만 피오는 그걸 피할 생각도 않고 가만히 바라만 봤다.

 

체념해 버린 듯, 가만히 바라보며 죽음을 기다렸다.

 

. 미안해요, 형들. 내가 더 대단하지 못해서.

 

마침내 방아쇠가 당겨졌을 때.

 

!!

 

“커흑!”

, 병재 형!”

 

이미 죽은 줄 알았던 병재가 빠르게 몸을 움직여 피오 대신 총을 맞고서, 하얗게 질린 피오를 보고 씩 웃었다.

 

이번엔, 내가 너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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