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7)

어서 와 2024. 2. 29. 22:07


그럼 일단 계속 돌아보는 거로?”

그래야지 뭐 어떡해요. 서로 죽이거나 직접 죽을 수 있어요?”

.”

없지.”

 

아무리 많은 죽음을 겪었다 하더라도 타의에 의한 죽음일 뿐, 익숙해질 수 없지만 의연해져야 했을 뿐.

그들이라고 해서 죽음이 달가운 것은 아니었기에, 또 한 명이 죽을 때마다 계속 같이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그들은 계속 상황을 보기로 했다.

 

방탄복 몇 개고, 세 봐라.”

“4개 있어요.”

그럼 일단 병재랑 동이는 입어라.”

전 괜찮으니까 형들 입어요.”

, , 내가 방탄복이 필요할 거 같나? 동현이 니 입어라.”

아이, 저도 방탄복 필요 없죠! 형 입으세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병재와 신동, 종민과 큰형까지 방탄복을 입고서 총을 들었다.

 

다들 총 하나씩 들어요. 건물 내부랑 요원들 얼마나 깔렸는지 확인하러 가는 거긴 한데, 제대로 확인하려면 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내는 딱히 총 안 들어도 될 것 같은데.”

?”

내는 이거면 될 것 같다.”

 

호동이 어디서 발견해 주워 온 건지 한 손에 너클을 끼고서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와핰, 대박이다, 엄청 무서워 보여요, .”

 

동현이 웃으며 반대편 손에 단도까지 쥐여주자, 총이 따로 필요 없는 모습이 됐다.

 

, 진짜 무섭다.”

그래도 이거 들어요, 혹시 모르니까.”

 

병재도 따라 웃으며 기관단총 하나를 건넸다.

 

, , , , 좀 무거븐디?”

, 무거우니까 형이 좀 들어줘요. 총도 하나쯤은 들고 있어야 저희가 안심돼요.”

알겠다, 줘 봐라.”

 

병재가 건넨 기관단총을 어깨에 메는 것으로 호동은 준비를 끝냈다.

 

형은 아까 보니까 저격 잘하던데, 저격 총 드세요. 그리고 이건 혹시 모르니까.”

 

저격 소총에 권총까지 든 동현에게 호동이 야무지게 너클까지 끼워줬다.

 

저 너클도 해요?”

야가 그럼, 니보다 주먹질 잘하는 사람이 여 누가 있는데? 양손 다 해라.”

 

그렇게 둘에게 최대한 좋다 싶은 총들을 쥐여주고 나머지 셋도 각자 성향에 맞게, 편한 대로 총을 들었다.

 

이제 다시 들어가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채로 뒷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뭐야?”

아까랑 완전히 다른 공간인데?”

별장 뒤의 다른 공간인가 봐요. 우리가 뒷문으로는 가지 않을 거라 믿은 거죠, .”

 

아까의 공간은 이딴 게 별장? 이었다면 뒷문을 통해 들어온 건물은 누가 봐도 정보 보관실, 그 자체였다.

 

그래도 확실히 대담하긴 하네.”

이러니까 우리 농락한답시고 자기네들 정보 갖다 두기 쉽지.”

정보?”

, 형은 기억 안 나시겠구나. 별건 아니고 SSA가 좀 더러운 단체예요. 저희가 갇혔던 모든 곳이랑 연결돼 있더라고요.”

우리보고 사건의 중심이니 어쩌니 하더니만, 결국 본인들이 사건을 만들고 있었던 거지.”

진짜 세상에 믿을 곳 없다.”

 

말하면서도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계단도, 들어온 뒷문 말고는 제대로 된 문도 창문도 나 있지 않은. 정말 서가만 빽빽하게 들어선 공간에 다들 다시 앞문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고 있을 때 종민이 몸을 움직였다.

 

?”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요?”

아니 뭔가.”

 

종민이 바닥에 있는 홈을 이리저리 건드려 보다 무언가가 눌린 건지 딸깍, 소리를 내며 콱 막혀있다고 생각했던 공간의 벽이 천천히 내려갔다.

 

가짜 벽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함인지 가짜 벽이 아닌, 제법 두꺼운 진짜 벽이 통째로 내려가느라 내려가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

 

? 갑자기 총을 왜 쏘-.”

 

!

 

천천히 내려가는 벽 너머에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걸 빠르게 눈치챈 동현이 요원보다 한발 빠르게 총을 쐈고, 덕분에 무사히 벽을 넘어갈 수 있었다.

 

벅 너머에는 저번에 가봤던 폐공장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 나왔다.

 

, . 체육인 맞구나.”

아이, 그러엄-.”

 

가끔 들이닥치는 요원들을 상대하며 요원보다는 스나이퍼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에 집중하며 건물 내부를 돌아다녔다.

 

!

 

.”

왜 그래? 다쳤어?”

아니, 아니. 반동이 갑자기 바뀌니까 순간 적응이 안 돼서요.”

 

들고 있던 권총을 장전할 틈도 없어, 주머니에 넣어뒀던 다른 권총을 꺼내 쏘았더니 바뀐 반동에 병재가 눈을 찌푸렸다.

 

그러게 내가 권총 든다니까. 권총 반동 세서 권총만 두 개 들고 있으면 힘들 텐데.”

에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정도야, 이제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이 행복해서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아요.”

크큭, 그렇네. 우리 지금 스나이퍼 한 명 남았지?”

 

아까 자료 보관실에서 용케도 찾아냈던 요원 배치표를 보며 병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이왕이면 스나이퍼 위치도 좀 같이 적어두지. 왜 일반 요원 위치만 있고 스나이퍼는 숫자만 적혀있는 건지, .”

그래도 몇 명인지라도 알 수 있는 게 어디야. 마지막 한 명은 어디 있으려나.”

병재야.”

?”

이리로.”

 

혹시 못 읽은 것일까, 다시 배치표를 읽고 있는 병재의 팔을 잡아당긴 종민이 병재를 자기 뒤로 숨겼다.

 

?”

왜 그래요, 스나이퍼 보여요?”

아니? 전혀?”

. 뭐 하자는 거지?”

니땜에 놀랐다이가.”

아니, 그냥 느낌이 좀 싸해서-.”

그 싸함으로 기시감을 눈치채서 뭐라 하지도 못하겠네.”

뭐라 할 수 없는 남자, 김종민.”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인지 실없는 농담을 하며 웃고 있는데 갑자기 동현이 몸을 움직여 호동을 막았다.

 

?”

형도 싸한 거-.”

 

!

 

장난이겠거니,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동현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관통했다.

 

!”

미친!”

 

상황이 상황인데, 희망 좀 보인다고 너무 안일했어.

 

끔찍한 모습으로 쓰러진 동현의 모습에 다들 입을 열 수 없었다.

 

동현의 귀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 왜 그러세요?”

. 병재야?”

? 그게.”

 

누구? 라고는 내가 하고 싶다.

 

동현이 나오지도 않은 눈물을 닦듯 눈가를 훔치며 처음 보는 공간 속에서 눈을 감았다.



아니, 그러니까 시발 잘 좀 해 보라고.”

. 우리가 뭐 안 싸우겠다 했나? 지금까지 안 싸웠나? 총 있는 것들을 어떻게 이기냐고.”

좀 설렁설렁 싸우지 말고 제대로 싸우던가 시발. 평소에는 힘 과시 존나 지겹도록 해대면서 왜 제대로 하질 못하냐고, 아 진짜 좆같다.”

, 거 참 말끝마다 시발, 시발. 이 상황이 너만 짜증 나냐? 너만 예민해?”

저기 싸우지 말고 우리.”

닥쳐.”

넌 빠져.”

! 히히.”

 

욕을 먹었는데 신경 쓰이지도 않는 건지 그냥 침대에 앉아 식혜나 마시고 있는 신동에 피오가 당황을 삼키며 그런 신동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큰소리가 나 다시 고개를 돌리자.

 

시발, 놔 개새끼야.”

어차피 계속 죽는 마당에, 누구한테 죽나 무슨 상관이야.”

 

호동이 병재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저기요, 잠시만!”

, 너도 잡아주리?”

아니, 우리끼리 싸워서 되는 것도 없잖아요. 아니, 목 좀 놔 봐요, 죽겠어!”

어차피 죽고 있는데 누구한테 죽나.”

 

호동이 피오에게 손을 뻗어 놀란 피오가 움찔, 몸을 떠는데 갑자기 코에서 뭐가 주륵, 흐르며 어지러워지더니 한순간에 의식이 사라졌다.


!”

피오야, 너 괜찮아?”

 

익숙한 차 안의 풍경과, 익숙한 형들의 모습에 피오가 몇 번 숨을 내쉬다 신동에게 푹 기댔다.

 

. 진짜 이런 말 이상한 거 아는데 죽어주셔서 고마워요. 진짜 무서웠다, .”

와 그라노, 어땠는데.”

아니, , 형들이. 멱살을 막욕을자기네들끼리 죽이고싸우고.”

 

피오가 말을 제대로 못 하자 형들이 웃으며 피오를 토닥였다.

 

그러게 뭘 먼저 죽는다고 나서길 나서.”

그냥 순간적으로.”

동현이 형은 괜찮았어요?”

? , 난 괜찮았는뎅? 그냥 꿈 같았어.”

뭐야, 왜 피오만.”

왜 나만!”

 

억울해하는 피오의 모습이 귀여워 다들 웃다가 병재가 상황을 정리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스나이퍼는 총 3명이고 요원은 15명이에요. 근데 아마 저희가 총 습득한 거 보면 무전 보낼 테니까 도로변에 깔린 요원들도 이곳으로 올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희는 총 58명의 요원과 3명의 스나이퍼랑 싸워야 하는 거예요.”

민간인 6명 잡겠다고 많이도 깔았다.”

그리고 스나이퍼는 일단 백사회 시체 있는 곳 위 옥상에 하나, 3층 왼쪽 부분 창 너머 나무 사이에 하나, 4층 반대편 가운데 창에 하나 있어요. 우리가 원래 들어갔던 별장 건물 있죠? 그쪽 창문에서 주시하고 있는 것 같던데 자세한 위치는 제대로 못 봤으니까 조심해요.”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설명하다가 차가 별장 뒤에 멈춰 섰다.

 

지훈아, 넌 이거 들고. 이거 차.”

주머니요?”

 

총과 총알을 넣어두는 띠를 건네받은 피오가 대충 안에 든 걸 살폈다.

 

이 총들을 다 제가 쏴요?”

아니, 쏘는 건 K2 . 안에 든 것들 권총이라 반동 때문에 쓰기 쉽지 않을 거야.”

아이, 왜 이래요, . 저도 해병대 갔다 왔어요.”

그래, 그래. 알겠으니까 K2 쏘고, 너 위험하다 싶을 때 안에 든 모든 총을 다 써서라도 살아.”

. 아까 많이 충격이었어요?”

그럼 충격 아이겠나. 지켜줄 틈도 없이 니가 제일 먼저 죽어 버렸는디.”

 

안 든다고 하면 크게 혼날 분위기에 피오가 얌전히 띠를 둘러맸다.

 

그 사이에 스나이퍼가 시야 안에 들어오자 동현이 빠르게 총을 쏴 처리했다.

 

, 나이스-.”

알겠지, 피오야? 죽을 것 같으면 모든 총을 다 써서 살아남는 거야?”

, 알겠다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여기까지 온 이상, 언제 루프가 끝날지 몰라.”

맞아, 너 아까 되게 무서웠다고 했었지? 자칫 잘못해서 혼자만 죽은 채로 루프가 끝나버리면 거기 갇히는 거야.”

. 그거 되게 무서운 소리네요.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대신 형들도 조심해야 해요.”

알았어.”

 

막내한테 방탄복 두 복 겹쳐 있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실없는 소리를 했지만 그러면 진짜 삐져버릴 거라는 막내의 귀여운 투정에 결국 호동과 동현을 제외하고 모두가 방탄복을 하나씩 챙겨 입었다.

 

그럼 진짜 시작합니다. 다들 제발 조심하세요.”

혼자 루프 속에 갇히거나, 다른 세계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죽지 마세요.”

도움 필요하면 바로 불러래이.”

 

다들 깊은숨을 한 번 내쉬고서 바닥에 나 있는 홈을 건드렸다.

 

지금까지 계속 이 지겨운 루프가 끝나길 고대했건만, 어째서인지 끝이 다가오는 지금.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불안보다는, 드디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고양감일 것이라 믿으며, 총을 단단히 고쳐 잡았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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