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윽!”
“뭐-!”
탕, 탕!
벽 너머에 있는 이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쐈지만, 어째서인지 손이 덜덜 떨렸다.
…. 반동‥ 세네.
형들에게 다른 총을 다 주고 가장 반동이 센 권총을 든 탓이라며, 그래서 손이 이렇게 떨리는 것이라며 되뇌고 빠르게 3층으로 올라갔다.
“동현이 형.”
“잠시만.”
총을 잘 지지하고 배율을 들여다보던 동현이 천천히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손! 숨어!”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손만 맞춘 탓에 반격이 올 것을 고려해 동현이 몸을 돌려 벽에 몸을 숨겼다.
동현의 신호에 다른 이들도 창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로 숨은 뒤 숨을 죽였다.
탕! 탕, 탕!
창 너머에서 무자비하게 날아오는 총알에 피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을 꽉 감았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박히는 총알, 그로 인해 생기는 균열들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며 종민이 피오의 손을 잡아주었다.
전해지는 온기에 살며시 눈을 뜬 피오가 옅게 웃고 있는 종민을 보며 따라 웃었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웃는 것이, 그저 웃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괜찮냐고 물어오는 것임을 알기에,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피오의 대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종민이 총구를 조심히 창밖으로 빼냈다.
솔직히, 기억 안 난다. 군대는 고작 공익으로 갔다 온 것이 끝, 그마저도 얼마나 오래됐는가. 총을 어떻게 쏘는지, 표적을 어떻게 노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심지어 배율도 달려 있지 않은 총으로, 아무렇게나 쏘는데 결과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해야 했다, 살아야 하니까. 지켜야 하니까.
슬쩍 밖을 내다보자 용케도 종민을 발견한 것인지 곧바로 총알이 날아왔다.
‘빗겨나간다.’
지금껏 계속 날아오는 총알을 봤기 때문일까, 총에 대한 그 어떠한 제대로 된 지식도 없지만. 저 총알이 나를 맞출 수는 없다는 확신을 담고 총알이 날아온 그곳으로 총을 쐈다.
유난히 화력이 센, 산탄총을.
타앙--!
푸드덕, 스으으-.
놀란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하는 소리와 나뭇잎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는 들렸지만, 반격으로 날아오는 총알은 없었다.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종민이 조심히 창밖을 내다보려 하자, 동현이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보낸 후 본인이 직접 밖을 내다봤다.
조심히, 혹시라도 살아있을 그 저격수에게 잡히지 않게.
날아갔던 새들이 다시 나무에 안착하고,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려 서로 마찰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요한 사위에 동현이 좀 더 대담하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봤다.
“됐다, 된 것 같아요.”
“오-, 종민이 형-.”
“잡았어? 잡힌 거야?”
“종민이 형 의왼데-.”
“형 방금 엄청 멋졌어요!”
“와, 이게 되네. 총 좋다, 이거-.”
“크큭, 이제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요. 곧 요원 몰려올 테니까. 세 명은 여기서 계단 지키고, 세 명은 올라가서 스나이퍼 잡아요.”
호동과 피오, 병재가 3층에 남고 종민과 동현, 신동은 빠르게 4층으로 올라갔다.
“피오야, 조심해라.”
“알겠다니까요, 형들도 조심해요.”
세 명이 올라가는 발소리 뒤로, 많은 이들이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다들 총을 고쳐잡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야, 진짜 시작이라는 것이 체감되었다.
“바로 잡았어요!”
“와, 아까는 손 맞춰서 아찔했는데. 너 잘 쏜다?”
종민의 칭찬에 동현이 웃으며 총을 갈무리했다.
“아하이, 저 해병대예요. 형, 동아. 얼른 밑으로 내려가서 도와줘.”
“형은요? 같이 안 내려가고요?”
“난 도로변에서 여기로 지원 오는 사람들 저격할게.”
“알았어요, 조심해요!”
“조심해라, 너!”
신동과 종민이 내려가고, 잠시 그들이 떠난 곳을 가만히 보던 동현이 창 앞에 섰다.
지원 오는 이들을 치려면, 여기보다는 별장 건물이 편한데. 지금 내려가서 다시 별장 건물로 들어가 높은 위치를 점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4층‥, 떨어진다 해도 잘하면 죽진 않겠네. 욕은 좀 먹겠지만.
창이 작지 않아 다행이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동현이 창 위로 올라탔다.
휘이잉-, 바람이 거세서. 바로 앞에서 보자 제법 멀게 느껴져서. 잠시 망설이던 동현이.
휙, 텁!
몸을 던졌다.
“미, 친….”
창문이 닫혀있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탓에 4층 창틀을 붙잡아 겨우 떨어지지 않고 버틴 동현이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발로 3층 창문을 쾅! 강하게 찼다.
“저쪽 건물은 창문 없이 그냥 뚫려있어서 좋은데….”
몇 번 더 강하게 차자 점점 금이 가더니 쩌적, 큰 소리를 내며 창문이 깨졌다.
그곳으로 조심히 들어간 동현이 다시 4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고 총을 고정했다.
건물을 넘어오기 전 생각했던 대로, 지원 오는 자들을 저격하기 참 좋은 위치였다.
동현의 외로운 싸움도, 이제 시작되었다.
탕!
“미친, 지들은 꽁꽁 싸매고 있으면서….”
한 발, 한 발이 치명적인 그들에 비해 민간인을 잡으러 오는데도 완전무장한 요원들은 보다 안전하게 위험을 피해 갔다.
“아, 시발‥.”
누구의 입에서 나온 건지 모를 그 욕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어!”
“다들 조금만 더 힘내라! 다친 사람 없제!”
“치명적인 상처는 없어요!”
‘아직’이라는 단어는 안으로 삼키며 다섯 명이서 몰아치는 요원들을 상대하기도 한참, 점점 수가 줄더니 완전히 끊겼다.
“하…. 끝난 건가?”
“그런 거 같은데요?”
“….”
“종민이 형? 왜 그래요?”
“….”
잠시 천장을 가만히 보던 종민이 볼에 묻은 피를 슥 문질러 닦으며 다시 총을 들었다.
“우리, 못 쉴 것 같은데.”
“네?”
“일단 빨리 SSA 요원들 방탄복 빼. 호동이 형, 형도 이제 입으세요, 많으니까.”
“왜 그래요, 형. 저희가 지금 잡은 수만 해도‥. 동현이 형이 저격도 하고 있으니까 이제 끝일 거예요.”
“끝 아니야! 감이긴 한데 한 번만 믿어 줘!”
다들 이걸 믿어 말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자 종민이 말했다.
“나 루프 시작했을 때, 내 감 무시했다가 병재가 죽었어. 이번엔 무시하기 싫어서 그래.”
그 말에 주저앉았던 이들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멀쩡한 방탄복과 헬멧들을 꺼내 썼다.
“동현이 거 하나 빼놔라, 야들아.”
“당연하죠.”
“저들이 지원 요청해서 더 오나?”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굴었던 적은 없는 종민에, 다들 긴장하며 4층으로 올라가 위험하게 건물을 넘어간 동현에게 한소리하고 있는데.
두두두두두두.
“‥ 이거 무슨 소리야?”
“… 헬기 소리?”
건물 위에서는 큰 소리가 나고 바람은 심하게 불고.
“이런, 미친!”
창문으로 내다본 하늘에서는 큰 헬기가 날고 있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 그들의 눈에 띈 것. 이 말 진짜 계속하는 거 같아서 다시 하기 싫은데.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네요.”
위에서는 당장에라도 천장을 뚫고 내려올 것 같은 엄청난 발소리가 들렸고 다들 계단을 응시했다.
“…. 동현이 형.”
“엉?”
“그 건물에서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요?”
“….”
“빨리! 대답!”
“괜찮아. 할 수 있어.”
“….”
계단을 주시하며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도 모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병재가 고개를 돌려 동현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뭐, 거리가 있어 눈이 제대로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자기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이유 없는 확신이 있었다.
“아무도 거기 넘어가라고 안 했는데 혼자 멋대로 넘어간 거예요. 다쳐오면 진짜 형 다시는 안 볼 줄 알아.”
동생의 귀여운 투정에 피식 웃은 동현이 총을 들어 보였다.
“보여줄게, 해병대.”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병재가 고개를 끄덕이곤 내려오는 그들을 맞으러 갔다.
“다치지 마래이!”
“형도 조심하세요!”
“조심해!”
호동과 종민도 병재를 따라가고 신동도 피오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그들과 함께 갔다.
“피오야, 너 어깨 믿는다. 방탄복 좀 던져주고 와.”
“알았어요, 먼저 가 있어요.”
다 가고, 피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방탄복과 헬멧을 힘껏 던져주었다.
“오홓, 완전 잘 던져.”
“진짜 형 때문에 못 살겠다. 혼자 못 버틸 거 같으면 차라리 숨어요!”
“야, 나 너 해병대 선배야-. 너나 몸 제대로 챙겨.”
“어우, 진짜.”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피오마저 가고, 혼자 남은 동현이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서서히 내렸다.
“…. 정말이지, 끝나지를 않네.”
“피오야! 조심, 윽!”
아까 SSA 시신 뒤질 때 총도 바꿔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왔네.
“형, 괜찮아요?”
“괜찮아, 너는.”
“이 정도야, 뭐‥.”
괜찮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피부를 스친 총알들 탓에 여기저기 피가 흘렀고, 따가웠다. 점점 숨이 딸려 왔으며 아무리 저를 죽이려 한 이들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계속 죽이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윽, 흡.”
“동아! 괘않나!”
“괜찮, 아요!”
“호동이 형, 뒤에!”
퍽!
혹시 모르니 들고 있으라며 쥐여준 무거운 기관단총으로 머리를 그대로 찍어내려 들러붙는 이들을 처리한 호동이 신동에게 달려갔다.
“동아, 뒤로 가라.”
“저 괜찮아요.”
“괜찮기는! 니 지금 다리에 총알 박힜다! 뒤로 가라, 형 믿제?”
“…. 네, 미안해요.”
“아이다.”
절뚝거리며 뒤로 간 신동은 엄호 정도만 하고, 주력으로 싸우는 수는 넷.
넷이라는 하찮은 숫자와는 달리 SSA 요원들은 끝도 없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끝나는 거야, 진짜‥.”
“불안한 얘기긴 한데, 아까 헬기 소리 좀 많이 들렸어요. 최소 3개 정도‥.”
“… 피오야, 힘들면 말해.”
“지금 여기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집중이나 해요.”
“….”
탕!
이제는 그냥 배경음 정도로만 느껴지는 총소리를 들으며 계속 버텼다.
물론 지금 죽어버리면 나의 형들은…. 이 가족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죽어주겠지.
혼자 루프 속에 갇히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곧바로 같이 죽어줄 그 가족들이 너무 무서웠다.
나 때문에 이 지옥 속으로 얼마든지 같이 뛰어들어줄 그 가족들이.
나 때문에 가족들이 루프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할까 봐.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지다가도 가족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참았다.
참아야만‥, 했다.
“종민이 형, 조심!”
급박한 상황에 종민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도, 다른 이들이 도와주지도 못할 것 같자 병재가 주머니에 넣어뒀던 권총을 꺼내 종민의 뒤에 있는 요원을 쐈다.
“으극!”
자신의 근처에 있던 요원들을 이미 쏘고 있던 상황에, 다른 손까지 동원해 총을 쏘자 안 그래도 심한 반동이, 서로 다른 정도로 치고 들어오자 병재가 허리를 숙이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병재야!”
“저 괜찮으니까, 조심해요! 계속 싸워요, 저 신경 쓰지 말고!”
그래도 시발, 못 할 짓은 아니네.
다시 고개를 들며 어깨를 놓은 병재가 양손을 나란히 앞으로 내밀었다.
“형, 뭐 하려고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그러다 형 어깨 다쳐요!”
“어깨 하나로 목숨을 구제할 수 있다면, 싸게 치네.”
“형, 진짜!”
“집중이나 해!”
두 손으로 잡고 쏴도 반동 때문에 몸이 흔들리는데, 한 손씩 다른 종류의 권총을 잡고 뭘 어떡하겠다는 거야, 저 형은!
철컥, 철컥!
장전되지 않은 권총에서 헛돌아가는 소리만 내자 이때다 싶어 피오가 빠르게 자신의 K2를 건넸다.
“뭐 해! 그거 네 거잖아.”
“나는 총 더 있으니까! 빨리!”
“…. 너 권총 쏘지 말고, 돌격소총 쏴라! 어깨 다쳐!”
“알겠으니까 빨리 받아요!”
어차피 장전이 힘든 상황에서는 K2를 어깨 뒤로 넘겨 메고 돌격소총을 들고 싸웠기에 피오가 자연스러운 품으로 돌격소총을 들고 싸움을 이어갔다.
K2 덕에 반동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병재도 군대에서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그들과 맞섰다.
“하아‥ 하….”
“끝났나?”
더 보이지 않는 적에 다들 가득 찬 숨을 내쉬고 있는데 피오의 눈에 종민 근처에 있는 요원 하나가 힘겹게 총을 조준하는 것이 들어왔다.
“종민이 형, 총!”
“나 탄 없는데!”
빠르게 총집에서 권총 하나를 꺼내 종민에게 던지자 종민이 바로 받아 들고서 그 요원을 쐈다.
“으, 진짜 싫다.”
“이제 진짜 끝인가?”
“종민이 형, 형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아! 아‥ 좀 아프긴 하네.”
팔에 총알이 박힌 종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괘않기는, 니 나가면 바로 치료받아라.”
“근데 이걸 어디 가서….”
“호동이 형도 아파 보이는데요….”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호동에 피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프기는, 간지럽다, 간지러워! 동아, 니는 괘않나.”
“걷기 좀 힘들기는 한데, 이 정도면 뭐.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피오는 그나마 멀쩡해서 다행이다.”
“다치면 잔뜩 들릴 잔소리가 무서워서 최대한 사렸죠.”
“하, 권총 반동 진짜 세더라.”
“그러게 형이 K2 들라니까. 몸도 작으면서.”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
“작은 몸에 그런 큰 충격 주면 힘들잖아요-.”
“이게 진짜.”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에, 다들 실없는 말이나 하면서 장난치고 있는데 멀리서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
“한 명이가.”
“한 명 같은데요?”
다들 곧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발소리가 들리는 곳을 주시하며 총을 장전했다.
“뭐, 최종 보스 그런 기가.”
“몰라요, 일단 다들 준비해요.”
풀리던 분위기가 다시 확, 굳었는데.
“나야! 다들 괜찮아요?”
멀리서 들리는 맹한 목소리에 다들 허무한 한숨과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총을 내렸다.
“야! 처음부터 말하고 왔어야지! 쏠 뻔했잖아!”
“아잇, 저도 눈치 보다가 말한 거예요!”
동현이 서둘러 다가오고 여섯 명이 다 모이자 다들 서로 상태를 보더니 웃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들 상태 처참하네.”
“야, 니는 파이터가 팔에 총 박히가 괘않나.”
“괜찮아요. 신경은 안 건드렸나 봐요, 움직여져요. 형이야말로 괜찮으세요? 다들 나보고 다치지 말라고 했으면서 자기네들이 다 다쳐왔네.”
“이 정도면 멀쩡한 거지, 뭐.”
“근데 헬기 온 거 소리로는 거의 한 3대는 온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많진 않았네요.”
“다행인 거지, 아, 좀 누워야겠다.”
지친 신동이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발라당 누워버리자 동현도 따라 대자로 퍼져 누웠다.
“형들 잠들지 마요, 그러다 영영 자버린다.”
“푸핫, 그러네. 다들 자지 마요. 계속 말해, 말.”
다들 하나둘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실없는 소리를 계속했다.
“…. 형.”
“응?”
“엉?”
“와?”
“왜?”
형 소리 한 번에 형 네 명이 답하자 병재가 웃음을 터트렸다.
“형들 말고, 호동이 형이요.”
“아.”
“와 부르노.”
“지금이야말로, 그 말을 할 타이밍이에요.”
“말?”
“바다요.”
“아, 그렇네. 한 번 해주세요!”
“크큭, 이 순간 그게 왜 이렇게 듣고 싶냐.”
동생들의 말에 호동도 웃다가 말했다.
“동떨어져 있을 때는 한 방울의 물이지마는, 모이면 바다를 이룰 것이다, 대탈출 대--.”
“성공!”
“성공!”
“와, 성공-!”
“아, 끝이다….”
“오늘 성공이 제일 행복한 성공 같아요.”
한 방울의 물방울들이 모여 바다를 이뤘고, 바다는 파도를 만들어냈다. 한순간, 그들이 만들어낸 바다에 그들이 잠식당해 죽을 것 같았으나. 그들은 끝끝내 파도를 만들었고 휘몰아쳤다.
파도의 본질이 물이면 또 어떠하리, 아무리 물이라 해도 한참을 부딪치다 보면 돌도 깎아내는 것을.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는 아주 거대한 돌을, 오랜 시간 끝에 깎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들은, 해냈다.
-시즌 1 완결
읽어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위에 한 번 올라가 볼까요?”
“위에?”
“네, 헬기 확인 겸.”
“그러자, 혹시 모르니까.”
피오가 신동을 부축하고, 동현이 호동을 부축하며 위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헬기에 남은 요원이 있거나, 자동 지원 시스템이 있을까 싶어 확인하기 위해 올라간 것이었지만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윽, 이게 다 뭐야.”
“동현이 형, 옥상에서 싸웠어요? 무슨 시체가….”
“….”
“동현아?”
아무 말 없는 동현에 종민이 동현을 쳐다보자, 동현은 다른 건 들어오지 않는지 오직 한 곳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 뭐가 있나 해서 고개를 돌리자.
“사람!”
한 남자가 헬기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쪽도 뒤늦게 사람을 발견한 것인지 담배를 바닥에 툭 던져, 발로 비벼 껐다.
그 일련의 행동에, 동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 끝이구나.